10년 만에 1위 탈환 삼성, 신한 절치부심…애플페이 선도 현대 '복병'[금융 지각변동]④

삼성, 수익성뿐 아니라 건전성에서도 압승
애플페이 변수…현대카드 다크호스 부상
내수 침체·수수료 부담…"올해도 어렵다"

편집자주1%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금융사 간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과 보험, 카드 등 전 금융권에서 혁신이 촉발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나타나는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주요 금융업권에서 혁신을 통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회사들을 집중조명하고 저성장 시대에 금융사들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해 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카드업권에서 삼성카드 가 10년 만에 신한카드로부터 1위 자리를 빼앗으며 선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애플페이 도입을 선도한 데다 카드사 '본업'인 신용카드 판매(신판)에서 강세를 보이는 현대카드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카드사들은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하고 프리미엄 카드 등 주력 상품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삼성카드 제공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삼성카드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 수익성·건전성 모두 앞섰다
10년 만에 1위 탈환 삼성, 신한 절치부심…애플페이 선도 현대 '복병'[금융 지각변동]④ 원본보기 아이콘

4일 각사 기업설명회(IR)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삼성카드 당기순이익은 6646억원으로 신한카드(5721억원)를 넘어서며 10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2014년 삼성카드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분에 순이익 1위 자리가 바뀐 적이 있으나 그 외에는 줄곧 신한카드가 '절대 1강' 체제를 유지했었다. 이번에는 실적과 건전성 지표 모두 삼성카드가 압승을 거뒀다. 신한카드의 연 순이익 6000억원 선이 무너진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카드 순이익이 1년 새 9.1% 늘어나는 동안 신한카드는 7.8% 줄었다. 신판 실적도 삼성은 늘었고 신한은 줄었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1월 신판 실적을 보면 삼성카드는 12조7383억원으로 전년 동월(12조1965억원) 대비 4.4% 늘어난 반면 신한카드는 14조67억원으로 전년 동월(14조2034억원) 대비 1.4% 줄었다. 연체율의 경우 삼성카드는 2023년 4분기 1.27%에서 지난해 4분기 1.08%로 0.19%포인트 하락한 반면 신한카드는 1.45%에서 1.51%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10년 만에 1위 탈환 삼성, 신한 절치부심…애플페이 선도 현대 '복병'[금융 지각변동]④ 원본보기 아이콘

업계에서는 신한카드의 영업 부진이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판매 및 관리비용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 지표와 건전성 지표 모두 뒷걸음질 쳤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판관비로 8197억원을 지출했다. 전년(7442억원)보다 10.2% 늘었다. 삼성카드가 판관비(1조9240억원) 증가율을 0.3%로 관리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카드는 무리하게 영업 외형을 넓히기보다 비용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비용 효율성 개선→대손비용 감소→연체율 하락이라는 선순환을 일궈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 1968~1974년생 직원 62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면서 비용이 증가한 부분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카드는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않았다.

애플페이 도입 '현대' 신판 복병…연체율 '0%대'
연합뉴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현대카드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신판 실적 등에서 삼성과 신한을 추격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23년 애플페이 도입 후 현대카드는 신판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카드는 1월 신판 14조3171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2%로 삼성카드(4.4%)보다 높았다.


건전성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연체율 상승 요인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사업 비중이 카드사 중 가장 작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 연체율은 0.7%였다. 매 분기 0%대를 기록 중인 유일한 카드사다.


전체 수익 대비 카드론 수익 비중은 18.6%로 삼성(21.2%), 신한(21.4%), KB국민카드(21.7%)보다 낮았다. 카드론 사업 비중이 작을수록 연체율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불확실성 크지만…프리미엄 카드·AI 강화
10년 만에 1위 탈환 삼성, 신한 절치부심…애플페이 선도 현대 '복병'[금융 지각변동]④ 원본보기 아이콘

카드사들은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 강화,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높이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애플·삼성·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오프라인 점유율 확대 전략 등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신한카드는 6년 만에 프리미엄 카드 신상품 '더 베스트 엑스(The BEST-X)'를 출시했다. 이용액의 최대 2%에 대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마이신한포인트형'과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스카이패스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품이다. 연회비는 최고 32만원에 달한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12월 연회비가 최대 15만7000원에 달하는 헤리티지 클래식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항공·숙박·여행 혜택을 강화해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상품이다. 통상 연회비 10만원 이상이면 프리미엄 카드라고 부른다.


AI를 통한 신규 사업 발굴도 한창이다. AI를 금융사고 방지 장치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 큐레이션, 상품 탐색 서비스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생성형 AI 시스템 '아이쏠라'를 고객 응대 전 과정에 적용한다. 내부 상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1조여원을 투자한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지난해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카드에 수출했다. 북미, 유럽, 중동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업계는 혁신을 통해 꾸준히 수익성을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빅데이터·페이먼트 전문가인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인구 감소와 시장 성장률 정체, 디지털로 무장한 테크(기술) 기업 등 경쟁사 전략들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며 "시장을 흔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오직 많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