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 치열한 톱2 경쟁…"본업 경쟁력 강화해야"[금융 지각변동]③

삼성생명·삼성화재 굳건한 1위
한화vs교보, DB손보vs메리츠화재 엎치락뒤치락 실적 경쟁
본업 경쟁력 강화, 회계기준 변화 대응력 키우기 관건

편집자주1%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금융사 간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과 보험, 카드 등 전 금융권에서 혁신이 촉발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나타나는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주요 금융업권에서 혁신을 통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회사들을 집중조명하고 저성장 시대에 금융사들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해 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보험업권에서 톱2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생명·화재를 선두로 생명보험업권에서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손해보험업권에서는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2위 굳히기에 이어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금리와 회계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는 게 관건일 전망이다.


한화생명 vs 교보생명…제판분리냐 전속이냐 샅바경쟁 치열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1068억원(이하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삼성생명 역대 최대 실적이자 보험업권 실적 1위다. 보험손익이 5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6%(9070억원) 줄었으나 투자손익이 104.6%(1조1161억원) 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배당수익 증가와 금리 하락에 따른 부채 부담이자 감소 등으로 투자손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생보사 실적 2위는 교보생명이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교보생명은 비상장사로 아직 결산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939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한화생명의 지난해 순이익(7206억원)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2023년엔 한화생명이 순이익 6163억원으로 교보생명(4891억원)을 앞섰지만 이번엔 2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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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설계사 운영 전략이 크게 다르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대형 생보사 최초로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를 단행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영업해오고 있다. 자회사형 GA(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 소속 보험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만1005명이다. 이들은 한화생명 상품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 상품도 팔면서 수익을 낸다.


교보생명은 본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 중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 설계사는 1만5141명이다. 이들은 GA 설계사와 달리 교보생명 상품만 팔 수 있다. 다만 자사 상품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고객 관리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최근 보험업계에 제판분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교보생명은 전속채널 중심의 전략에 더 힘을 싣고있다. 이런 전략의 차이가 향후 1위 공략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IFRS17 변화…대응력 키우기가 관건

손보사 부동의 1위는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478억원으로 손보업계 최초로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일반·장기·자동차보험 등 보험본업 전반에서 흑자를 냈다. 삼성화재는 실적 자신감에 힘입어 지난 1월31일 상장 보험사 최초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손보사 2위는 1조7722억원의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DB손보가 차지했다. 그동안 적자였던 일반보험 부문이 103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투자손익은 7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4%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실적을 냈다. 2023년 2위였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조710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근소한 차이로 3위로 밀려났다. 다만 메리츠화재도 이번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보험손익은 2.4%, 투자손익은 2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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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DB손보와 메리츠화재 중 누가 2위를 차지할지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판가름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마련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에 대한 방어는 메리츠화재가 선방했다. 원칙모형 적용에도 지난해 말 보험계약마진(CSM)이 대형 손보사 중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수적 가정을 해왔기 때문에 제도 변화에 따른 타격이 작았다. 올해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과 해약환급금준비금, 최종관찰만기 확대 등 적잖은 보험회계 변화가 예상돼 준비를 탄탄히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DB손보는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약 22%로 메리츠화재(3%)보다 높다. 손해율 악화에도 DB손보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1709억원의 흑자를 냈다. 최근 정부가 자동차보험 누수의 주요 원인이었던 경상환자에 대한 향후치료비(합의금) 지급을 금지하는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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