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연일 달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6일(현지시간)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달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롤린스 장관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식료품 가격이 20% 넘게 올랐다"며 "달걀 12개의 평균 가격은 2021년 1월의 1.47달러에서 지난달 4.95달러로 237% 급등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소비자들이 접하는 달걀(12개) 가격이 최고 10달러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지난 2년 동안 미국 가금류 농가를 황폐화하고 달걀 공급에 타격을 준 고병원성 AI의 지속적인 발생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AI 퇴치를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발표한다"면서 "농무부는 이 위기를 막고 달걀을 다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 10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롤린스 장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농무부는 AI 퇴치를 위한 5가지 전략을 고안했다. 우선 가금류 농장에서 정부가 개발한 '야생동물 생물보안 평가'라는 감염 방지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농가에 총 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조류 인플루엔자 영향을 받아 닭을 살처분한 농가들이 다시 농장을 정비하고 양계를 재개할 수 있도록 총 4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AI 백신·치료제 연구 개발에도 최대 1억달러를 지원한다.
이 밖에 달걀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그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한 '산란계의 최소 공간 요건' 등 규제를 완화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뒷마당에서 더 쉽게 닭을 기를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롤린스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달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국에서 일시적으로 달걀을 수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2022년 발발한 이후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억48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미국 식료품 매장에서는 달걀 품귀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전월 대비 15.2%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3% 오른 것이다. 미 노동부는 1월 달걀 가격 상승률이 월간 기준으로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면서 1월 가정 내 식품 물가 상승분의 3분의 2에 기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달걀값이 폭등하면서 미국에서는 자택에서 닭을 직접 키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 최신 자료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뒤뜰에서 닭을 키우는 미국은 1100만 가구에 달했다. 2018년엔 닭을 키우는 가정은 580만 가구로 추산됐다. 6년여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또 개별 가정에 닭을 대여해주거나 닭장을 설치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5~6개월 동안 암탉 2~4마리, 닭 사료, 사료 접시 등을 빌려줘 뒷마당 등에서 기르게 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달걀 등 식탁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WSJ은 지난 13일 자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도움이 됐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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