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아닌 척했지만 너무 간절했어요."
2010년 2월25일, 15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김연아가 현역 시절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김연아는 26일 공개된 JTBC 인터뷰에서 밴쿠버 올림픽을 회상하며 "경기 끝나고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당시에는 아닌 척했지만 너무 간절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연아는 연기를 끝낸 직후 환호 속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그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쳐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많은 분이 옛날부터 '강철 멘털이다' '강심장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물론 제가 결정적인 순간에 좋은 성적을 내고 마인드 컨트롤도 잘하고 여러 가지 운도 따르고 했지만, 사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긴장을 안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것까지가 경기의 일부였던 것 같다"며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속에서 굉장히 떨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석연찮은 판정 논란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흘렸던 눈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김연아는 담담한 모습을 보이다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SBS 방상아 해설위원의 "고마워, 알지? 넌 최고야"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김연아는 "결과가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다고 많이 해석하셨는데 사실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그 이상 더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없는 데다 그만한 힘도 동기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보니까 '드디어 끝났다' 이런 것처럼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한 번에 터져서 나온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꿈에서도 피겨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분이 (자다가) 움찔하는 때가 있지 않나. 높은 데서 떨어진다든지. 그런 순간이 저한테는 스케이팅하다가 넘어지거나 그런 거로 연결이 되더라"며 "걱정이나 불안, 두려움들이 은연중에 체화돼 있어서 아직까지도 남아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숱한 찬사를 받아온 김연아가 아직 잊지 못한 말로 꼽은 것은 "빙상 얼음 위에서 귤만 까먹어도 좋다"는 팬들의 말이었다. 그는 "제가 어떤 선수든 실패를 하든 실수를 하든 성공을 하든 제가 스케이팅하는 얼음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제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다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말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피겨 여정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100점을 줬다. 그는 "제가 그 이상을 할 수도 없었고, 선수로서 단순 성적으로 봤을 때도 베스트를 해줬기 때문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겨는) 다섯 글자로 한다면 ‘애증의 관계’ ‘애증의 피겨’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무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했지만 또 이만큼 날 기쁘게 할 것도 없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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