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우크라이나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의 광물협정을 위해 오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견을 보였던 광물협정 타결이 임박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금요일(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오고 싶다면 나는 물론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젤렌스키는 나와 함께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큰 거래라는 걸 알고 있다. 1조달러(약 1433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일부 광물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욕과 위협을 포함한 강력한 압박을 벌인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원 대가로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적절한 안전 보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배수진을 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라가 남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에 서명할 것을 재촉했다.
미국이 당초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5000억달러(716조여원) 규모의 광물 자원 제공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할 수 있는 일부 조항은 협정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최종 합의안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석유와 가스 등 국유 광물자원 및 물류와 관련된 미래 수익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기금에 붓게 된다. 해당 기금의 일부 수익은 우크라이나에 투자될 예정이다. 미국이 기금에 얼마나 지분을 투자할지와 공동 소유 거래에 대한 규모는 향후 협정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향후 미국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두 배를 상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장기 부채를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던 조항"이라고 보도했다.
최종안에는 우크라이나가 거듭 요구한 안전보장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었다. 미국의 안전보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을 제안했을 때부터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사항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구체적인 안전보장이 없더라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경제 협력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냐"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었던 광물협정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미·러 간 종전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수주 안에 종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현명하다면 수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도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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