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 일가 주식 담보 대출이 8개월 만에 1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20일 기준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9개 그룹의 오너 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42개 그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일가 588명 중 164명이 총 9조3747억원을 대출받았다.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오너 일가는 작년 6월의 121명보다 43명 늘었다.
같은 기간 담보 대출 총액도 7조9150억원에서 1조4597억원 늘고, 담보 비중도 40.7%에서 65.9%로 높아졌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로는 경영자금 마련, 승계자금 확보, 상속세 납부 등이 지목된다.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도 의결권은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행사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여파로 주가가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 심할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는다.
올해 대출금 증가액이 가장 큰 그룹은 영풍이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확보 차원으로 리더스인덱스는 해석했다.
영풍 오너 일가 18명은 공동명의를 포함해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담보 비중은 86.2%에 달했다.
태영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올해 새롭게 대출을 발생시켜 상위권에 올랐다.
태영의 경우 윤석민 회장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이 공동 담보로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신세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 주식 796만493주 중 65%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이마트 지분 매입 자금으로 추정된다.
대출금 규모 1위 그룹은 삼성이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주식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
세 모녀의 대출금은 총 3조2728억원으로 전년보다 3400억원 늘었다.
홍 전 관장은 보유 주식 9978만7277주의 절반이 넘는 5180만1809주(51.9%)를 담보로 2조1200억원을 대출받아 개인별 담보 대출금 1위를 기록했다. 전년의 1조7800억원에서 34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대출금 변동 없이 각각 5800억원과 5782억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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