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월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시행한 '임시공휴일'이 오히려 국내 여행과 소비에 독이 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가 최장 9일까지 늘어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국내 여행 및 소비 장려 차원에서 실시한 임시공휴일 제도가 오히려 해외여행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여행 소비자 지표의 하락세가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여행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감소한 80포인트를 기록했다.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33.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됐던 2022년과 비교하면 관심도는 33포인트,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29.4% 줄어든 수치다.
앞으로 3개월 안에 국내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측정하는 '여행계획률'은 전년 동월보다 8 줄어든 93포인트로 100포인트를 밑돌았다. 국내여행에 돈을 쓰겠다는 '여행비 지출의향'은 79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지출의향이 135포인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여행을 실행한 지표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3개월 내 국내여행을 한 경험을 묻는 '여행경험률'은 95 포인트 로 전년 대비 7 포인트 감소했다. 1인당 국내 여행비 총 지출액 역시 3포인트 줄어든 11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116만원이었다. 국내여행 시장이 위축된 배경에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환율 등의 악재가 겹쳐 가처분 소득이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정서가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올해 1월 설 연휴에 맞춰 시행한 '임시공휴일'이 오히려 국내 여행에는 독으로 나타난 부분이 확인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열흘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출국한 인원은 218만9778명으로 나타났다. 일 평균 21만8978명인 셈이다. 이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맞이한 역대 설 연휴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출국하는 것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말을 포함해 3일 이상 휴일이 이어지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다"며 "이번 설 연휴에는 임시공휴일 지정에 하루만 연차를 쓰면 최장 9일간 휴일이 만들어져 해외여행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도 "가처분 소득이 줄었음에도 6일간의 긴 연휴라는 호재가 이런 경제적 제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더 어렵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설 연휴 해외 여행객이 선택한 여행지 중 1순위는 일본이었다. 설 연휴 기간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7만6237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12만2778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올해 1월 일본에 간 한국인 입국자 수는 97만9042명으로 사상 처음 90만명을 넘어 월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같은 시기 해외여행을 한 일본인 수(91만2325명)보다 6만여명 많다. 일본에 간 한국인 수가 전 세계로 나간 일본인보다 많다는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에서는 '초초긴축' 예산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기조차 어려운 여행을 하면서 해외여행은 몇 배를 지출하고도 만족스러워하는 빗나간 소비의식이 만연하다면 해결책은 없다"면서 "국내 여행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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