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4 사면 차비 40만원 드려요"…단통법 폐지에 '성지' 떠들썩

7월 단말기유통법 폐지 앞두고 들썩이는 휴대폰 시장
출시 한 달 갤럭시 S25, 일부 매장서 페이백 지급
구형 모델은 보조금 규모 더 커 '성지의 귀환'

지난 22일 오전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한 휴대폰 판매상은 "몇 장까지 알아보고 왔어요"라고 되물었다. "차비(손님이 휴대폰을 살 때 판매점에서 현금으로 돌려주는 돈)도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기자가 양손을 펼쳐 10만원을 표현하자 이씨는 잠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갤럭시 S25는 그렇게 해드릴 수 있어요. 작년 모델인 S24는 20만원까지도 가능합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유통법)' 폐지를 다섯 달 앞둔 이날, 테크노마트 9층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휴대폰 매장들로 가득 찬 이곳에서는 '신도림 최저가 파격할인' '삼성 S24 기계값 0원' 'S25 오늘 하루만 대박할인' 같은 광고판이 시선을 끌었다. '성지'라는 큰 간판 앞에서 판매원들은 쉴 새 없이 손님들에게 말을 걸었다. 성지란 공식 지원금보다 많은 보조금을 주는 휴대폰 판매점을 일컫는 업계 은어로, 단말기유통법상 불법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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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정한 갤럭시 S25의 공식 지원금은 최대 24만5000원이다. 여기에 15%를 더 얹어도 28만원 정도다. 그것도 가장 비싼 모델인 갤럭시 S25 울트라(256GB)를 사면서 2년 동안 비싼 요금제를 써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성지 매장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주로 영업하는 한 휴대폰 판매점이 제시한 갤럭시 S24 기본모델의 차비는 최대 40만원에 육박했다. 출고가가 115만원임을 고려하면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불법 보조금을 모두 합쳐 지원금이 16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판매상 이씨는 "단말기유통법 폐지 기대감에 이달부터 가격이 많이 내려가기 시작했다"며 "오늘은 지원금이 좋은 편이라 잘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휴대폰을 살 때는 조건이 따라온다. 갤럭시 S25를 사려면 비싼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써야 하고, 부가서비스도 3개월 동안 2개는 유지해야 한다. 통신사와 연계된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을 써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단말기유통법 공식 폐지는 오는 7월이지만 휴대폰 매장들은 벌써 자축하는 분위기다. 법적 제약이 사라질 것을 대비해 보조금 경쟁이 선제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 전에 출시된 갤럭시 S25까지 '차비폰(휴대폰을 사면 현금을 주는 휴대폰)'으로 전락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매장은 '단말기유통법 폐지 최대지원금 매장'이라는 문구까지 걸어놓으며 법 폐지 이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매장. 사진=전영주 기자

2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매장. 사진=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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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불법 지원금 경쟁은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전에도 존재했다. 당시 성지 매장들은 특정 고객에게만 폐쇄적으로 할인가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차별 논란이 일었고, 이를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시장의 반발이 이어졌고 단말기유통법이 오히려 가격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이 더 비싸게 휴대폰을 사야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단말기유통법 폐지론이 확산하면서 법이 유명무실해졌고 이제 공식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단말기유통법이 사라진다고 해서 과거처럼 극단적인 '성지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이고, 통신사들이 가격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라서다. 특히 LG전자와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이 삼성전자(갤럭시)와 애플(아이폰)의 양강 체제로 굳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폐지 후에도 세부 시행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과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일부 판매점이 할인 조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약속한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등의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너무 저렴하게 판다고 하면 반드시 할인 조건과 남은 할부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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