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국제선' 운항…광주시-전남도 속내는?

필요 시설 구축만 최소 6개월…실효성 논란
여행 업계 살리겠다 명분이지만 속사정 달라
군공항 이전 등 현안 주도권 싸움 비춰지기도
지역발전 비전 없이 이전투구 시·도민들 실망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원본보기 아이콘

특정 기간 동안 무안공항 국제선을 광주공항으로 옮겨달라는 광주시의 끈질긴 요구에 반대 기조에 있던 전남도가 최근 '긍정 모드'로 방향성을 선회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표면적으론 여행업계 등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며 연일 맹공에 나선 광주시에 전남도가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성 없는 광주시의 헛구호를 전남도가 슬쩍 비껴가며 되레 활로를 찾았단 관측이 나온다.

진행 중인 상황과 별개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군공항 무안 이전 문제에 이은 항공대전 2탄이 펼쳐지고 있단 자조 섞인 말들도 나온다.


틈만 나면 물어뜯고 있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지루한 갈등 구조 재현에 지역민들의 피로감은 극도로 상승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18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시 출입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국토부에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운항을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2개월이면 (국제선 시설 구비 등) 가능하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이 발언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이어진 예약취소와 같은 후폭풍에 '죽겠다'는 여행업계의 볼멘소리와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여행업계들은 성수기로 분류되는 1~2월 통상 예약률과 이와 상응한 업체 간 매출 등을 근거로 참사 이후 유·무형적 피해 금액이 약 3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향후 무안공항 국제선 운항이 지연될 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식적으로 전남도는 무안공항 국제선 재운항 시점을 오는 10월로 잠정 확정한 상태다. 강 시장이 이를 명분으로 무안공항 내 국제선을 광주공항에서 임시 운항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업계 목소리에 숟가락을 얹은 상황이다.


강 시장은 이날 공식 입장 표명 이전부터 국제선 광주공항 이전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던져왔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뚜렷한 명분에 더해 오는 9월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국제선 광주공항 운항은 광주시 입장에선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어서다.


여행업계에 처한 문제의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국제선 광주공항 임시 운항에 대해선 반대하던 전남도를 향한 지역 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도 광주시 입장에선 손해날 것이 없다.


여기에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민간·군 공항 무안 이전 문제에 있어 이번 국제선 광주공항 운항 논쟁은 광주시 입장에선 새로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까지 담보한다. 강 시장이 그토록 외쳤던 플랜B의 윤곽이 될 수도 있단 의미다.


하지만, 최근 김영록 전남지사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이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러한 광주시 밑그림에 균열이 가고 있다. 사실 전남도 입장에선 그동안 광주시가 여행업계 주장을 대변해 오면서 국제선을 달라는 요구는 꽤 불쾌했다.


이례적으로 주무부서 수장인 문인기 전남도건설교통국장이 지난 6일 입장문까지 내며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이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국제선을 운항할 경우 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시스템 등 관련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설치기간만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에 기존 구비된 시설들을 옮길 경우 향후 책정될 매몰비용 등 추가적 상황들까지 고려하면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다.


광주공항 역시 활주로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이 개선 대상에 포함되는 등 안전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상 국제선 유치조건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또 무안공항 10월 운항 재개설의 경우 지역 추모 분위기, 실체적 진실규명 등을 이유로 산정된 기간일 뿐, 향후 일정들을 고려하면 전남도 내부적으론 빠르면 8월 운항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다시 말해 광주시가 주장하고 있는 광주공항 국제선 이전은 현실적으로나 관련 규정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셈이다. 국토부조차 이번 광주공항 국제선 운항 가능성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이번 김 지사의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이전 찬성 입장 선회는 전남도를 향한 여행업계를 비롯한 지역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가능성에 부채질해 온 광주시 책임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묘수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최근 모 언론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 시·도민 10명 중 8명이 찬성(광주공항 국제선 이전)한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기대가 큰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국제선 광주공항 임시 운항이 무산될 경우 그 원망은 광주시로 향할 공산이 크다.


다만, 이처럼 틈만 나면 이어지는 두 지자체의 케케묵은 갈등 관계 재현은 시·도민에겐 굉장한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지난 7년여간 군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수십 차례 홍역을 치른 두 지자체가 또다시 유사 사안으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꼴불견처럼 보여서다. 겉으론 통합을 외치면서도 지역발전보단 각자의 지역 이익에만 치우치는 상황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특히나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2026년 6월 3일 예정)를 앞둔 상황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현 작태가 꼴사납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남지역 한 시민은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발전에 맞손 잡아야 할 광주시와 전남도가 또다시 으르렁대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시·도민들이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양 지자체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틈만 나면 물어뜯고만 있으니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