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선호군(17)은 요즘 문학책 읽기에 푹 빠져 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문학책을 읽고, 직접 리뷰를 작성해 독서 모임에서 의견을 나눈다. 최근 그는 정대건 작가의 소설 ‘급류’를 읽고 독서 플랫폼에 리뷰를 올렸는데, 며칠 만에 ‘좋아요’가 수십 개 달렸다. 주말에는 또래 친구들과 온라인 독서 모임을 통해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눈다. "내 의견에 공감받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내놓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감상평을 들을 때 가장 큰 지적 자극을 받는다"고 그는 말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텍스트힙(텍스트+힙·독서하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의 신조어)’ 열풍 속에서 1020 세대의 독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일 예스24 독서 커뮤니티 ‘사락’의 분석에 따르면 1020 세대의 도서 구매량은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1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를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설을 포함한 문학 장르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지난해부터 역주행 열풍을 일으킨 소설 급류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졌으며, 양귀자의 ‘모순’, 최진영의 ‘구의 증명’도 대표적인 역주행 도서로 꼽혔다. 문학 분야 중 소설·시·희곡 부문의 1020 세대 판매 증가율은 올해 1월 기준 39%를 기록하며, 2023년 대비 2024년 연간 증가율(40%)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방학 시즌에는 수험서와 외국어 학습서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올해는 소설 분야 도서가 1020 세대 1월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 내에 4권이나 포함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각각 8위와 20위를 기록했으며, 모순과 급류는 각각 13위와 15위에 올랐다.
1020 세대의 독서 열기는 리뷰 작성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3만건 미만이었던 이들의 도서 리뷰 수는 2024년 52% 증가해 4만4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10대 이하 독자의 도서 리뷰 수는 약 3.5배(240%) 폭증하며, 전체 리뷰 증가율(15.6%)을 크게 웃돌았다. 1020 세대의 도서 리뷰 작성자 수 역시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10대 이하 독자 수는 3배 이상 급증했다.
유서영 예스24 커뮤니티팀장은 "1020 세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화된 세대답게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솔직하고 정성스러운 후기를 통해 ‘책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독자층"이라며 "좋은 책 구절을 발견하면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독서 열풍이 1020 세대의 도서 리뷰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년 10대 독자가 가장 많은 리뷰를 남긴 도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그리고 이꽃님 작가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로, 각각 1위, 4위, 5위를 차지했다. 2023년 공부법 관련 도서나 참고서가 최다 리뷰 순위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인 변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은 책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1020 세대의 문화는 독서 모임에 대한 관심 증가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사락의 독서 모임 서비스가 오픈된 이후 6개월 만에 1600개 이상의 모임이 개설됐으며, 올해 1월에는 전월 대비 10배 증가한 502개의 모임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 중 1020 세대 독서 모임은 97건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모임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20대 독서 모임의 78%, 10대 독서 모임의 90%가 온라인에서 열렸다. 독서 모임의 주제별 분류에서는 ‘문학’ 키워드가 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자유롭게 마음대로 읽는 모임’ ‘장르 불문 모든 책 모임’ 등 다양한 독서 모임이 전체의 13%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는 "한강 이펙트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문학의 힘을 새삼 깨닫고, 그 재미에 빠진 독자들이 많아진 듯하다"며 "서사에는 강한 중독성이 있어 한 작품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금의 분위기가 쉽게 사그라지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