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8일(현지시간) 일제히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주시하며 관세, 인플레이션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며 시장을 관망했다. S&P500지수는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26포인트(0.02%) 오른 4만4368.5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4.95포인트(0.24%) 상승한 6129.58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49포인트(0.07%) 오른 2만41.26에 장을 마감했다.
종목별로 인텔이 16.06% 급등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의 일부 사업 부문 지분을 분리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엔비디아는 0.4%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0.3% 올랐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0.57% 내렸다. 테슬라는 0.49% 하락했다.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일제히 소폭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장관급 협상이다. 양측은 고위급 협상팀을 구성하고,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도 논의했다. 종전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다만 미·러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을 '패싱'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력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미·러 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협상이 "주요 주체들의 등 뒤에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 앤드 트러스트 코의 팀 그래프 거시경제 전략 수석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방위비 지출이 있다. 미국 방위산업체뿐 아니라 유럽 방산업체들에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된 Fed 위원들의 발언도 주목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피닉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시점에서 정책은 인플레이션 진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제약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주가 거품 우려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마이클 바 Fed 금융감독 부의장은 이날 뉴욕에셔 열린 행사에서 "현실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이 기술에 대규모 투자한 기업들의 시장 조정이 촉발될 수 있다"며 "미국 경제는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속에 생산성 폭증을 경험했지만 이후 파산, 자본 과잉, 신중한 기업 투자 환경 등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번 주 남은 주요 관전 포인트는 19일 공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Fed는 지난해 9월 통화완화를 시작해 최고 연 5.25~5.5%였던 금리를 3연속 인하, 4.25~4.5%까지 낮춘 뒤 지난달 처음으로 동결 조치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데 이어 FOMC 의사록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추가 힌트와 함께 Fed 위원들의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Fed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놨을지 주목된다.
Fed 위원들의 발언도 잇달아 공개된다. 19일에는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됐다. 20일에는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가 공개 발언에 나선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예상 밖으로 상승하고,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Fed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3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5% 반영하고 있다. 오는 5월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86.1%, 6월은 55.4%다.
BOK 파이낸셜의 스티브 와이트 최고 투자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2026년의 이야기가 되면서 Fed가 내년에 경로를 바꿀 가능성은 0%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현재 시점에서 자산 가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난 비관적이기보다 낙관적이지만 우리가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는 강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bp(1bp=0.01%포인트) 오른 4.55%,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4bp 상승한 4.3%를 기록 중이다. 유럽 정상들이 군비 지출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국채 금리가 오르고, 그 여파로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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