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제 3의 장소'(Third place)가 없어요."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크리스티안 보니에(24)가 틱톡에서 설명한 'Z세대가 우울한 이유'를 담은 영상은 61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젊은층의 호응을 얻었다. 과거에는 기성세대들이 집과 직장 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에서 위로를 얻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Z세대가 제 3의 장소를 찾지 못한 게 우울증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전 세대가 의존하던 공동체가 우리 세대에선 거의 사라졌다"며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함과 우울감은 커지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3의 장소는 미국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동네 카페나 단골 술집처럼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올든버그는 가정(제1의 장소)과 일터(제2의 장소) 외에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원, 도서관, 전통시장 등이 여기 해당한다.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제3의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제3의 장소가 없는 Z세대의 외로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타임지는 "생활비 상승으로 여가 시간은 점점 사치가 되고 있으며, 대면 활동 대신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온라인 중심으로 삶이 변화하면서 나이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는 되레 줄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이 제3의 장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단순한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디지털 기기와 친숙한 Z세대가 제3의 장소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더 외롭거나 우울함을 느낄 가능성은 커졌다. 타임지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새로운 형태의 제3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과 외로움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제3의 장소'가 사라지고 있다면, 우리는 이제 '제3의 삶'(Third life)'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원봉사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가정과 일터라는 틀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Z세대의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는 이미 여럿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보험사 메트라이프가 올해 21세 이상 정규직 근로자 2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Z세대 근로자 46%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평균(35%)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Z세대 근로자의 35%는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4%는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 방문을 한 응답자는 27.0%로 5년 전인 2019년(22.0%)과 비교해 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올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20대가 3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29.6%), 40대(27.5%) 순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제3의 장소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변했을 뿐, 제3의 장소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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