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년 GDP 성장률 0.1%…'수출 공신' 엔저의 역습?

4년 만의 최저…전년 성장률 1.5%와 격차
NYT "일본 엔저, 수출엔 도움돼도
인플레이션 야기해 소비자 구매력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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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023년 한국을 25년 만에 역전한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1년 만에 다시 한국보다 낮아졌다. 일각에선 자동차 등 수출기업 부흥을 위한 의도적 엔저 정책이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실질 기준 GDP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이는 2020년 -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실질 성장률은 2020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21년 2.7%, 2022년 0.9%, 2023년 1.5% 등의 추이를 보였다.

특히 2023년에는 한국(1.4%)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역전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은 2.0%였다. 한국이 다시 일본을 앞지른 셈이다.


지난해 일본의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계절조정)을 보면 1분기에 -0.5%로 역성장한 뒤 2분기는 0.7%, 3분기 0.4%, 4분기 0.7%를 각각 기록했다.


작년 1분기 일본 경제의 역성장 원인으로는 품질 인증 부정 문제가 적발된 일부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 중단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4분기의 경우 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로이터 예상치 0.3%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분기인 3분기의 수정된 GDP 성장률 0.4%보다도 앞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낮은 GDP 성장률의 배경으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엔저 정책을 꼽았다. 엔저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이끌었고, 이게 다시 일본의 가계 소계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다. 현재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53엔 수준으로 3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NYT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는 것은 오랫동안 경제 성장 전략 중 하나로 활용돼 왔다"며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약세 통화가 수출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켜 소비자의 구매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같은 주장은 줄어든 일본 가계소비 지표에 기인한다. 일본의 가계 소비는 2024년에 소폭 감소해 이전 3년 동안의 확장세에서 돌아섰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4년 가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30만 243엔(약 286만 원)으로 실질 기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한 가구당 쓰는 돈은 월평균 30만243엔(약 286만5730원)에 달했다. 2인 이상 세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품 비율을 표시하는 엥겔지수는 28.3%로 1981년 이래 43년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NYT는 "미국에서는 소비 지출 증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이끌었지만, 일본에서는 장기간 지속된 소비 부진이 실질 GDP를 팬데믹 이전 수준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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