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스 셔츠' 판권 뭐길래…트라이본즈 재계약하나

'닥스 셔츠' 판권 만료 임박
LF네트웍스의 향후 행보 주목

사진제공=닥스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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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가(家) 생활문화기업LF가 보유한 '닥스 셔츠 판권'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와 LF네트웍스 자회사 트라이본즈가 맺은 '닥스 셔츠' 판권 계약은 7월 종료한다. LF는 닥스 브랜드와 관련해 디자인 제조기술에 관한 마스터권 계약을 맺고 독점 판매·유통 권리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LF가 해당 특수관계사에 서브 판권을 내주는 방식으로 권리를 일임했다.

트라이본즈는 2023년 매출 830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닥스 셔츠' 매출 비중은 약 80%를 차지한다. 통상 패션브랜드 판권 계약은 계약 종료 6~9개월 전에 논의가 이뤄지는데, 아직 닥스 셔츠 판권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라이본즈가 닥스 셔츠 판권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사업 기반을 잃을 수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트라이본즈가 파스텔세상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LF네트웍스의 또 다른 아동복 자회사인 파스텔세상은 지난해 LF가 닥스와 헤지스 키즈에 대한 판권 계약을 철회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액 1000억원 중 두 브랜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회사는 전체 임직원 해고를 단행했고, 현재 백화점 매장을 정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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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와 LF네트웍스의 지분 관계는

LF와 LF네트웍스는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F는 2022년 LF네트웍스를 인적 분할하며 지배 구조를 재편했다. LF네트웍스 조경 부문을 떼어내 고려디앤엘을 설립했다. 2023년 말 기준 고려디앤엘 최대 주주는 구본걸 회장의 아들인 구성모씨로 지분 91.58%를 갖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회장에 이어 LF 지분을 두 번째로 많이 들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LF네트웍스로부터 LF 지분 6.18%를 받은 뒤로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꾸준하게 높였다. 2월 현재 LF 지분 12.44%를 보유하고 있다. LF네트웍스는 LF와 얽혀있는 지분은 없다. 다만 구본순·구본진 대표가 LF의 지분을 각각 8.55%, 5.84% 갖고 있어 특수관계사로 묶인다. LF 최대 주주는 구본걸 LF 회장(19.11%)이다. 아직 LF네트웍스 개인 최대 주주는 구본걸 회장(17.5%)이지만 구본순 대표(14.6%)와 구본진 대표(12.6%) 지분을 합하면 25%가 넘는다.


패션그룹형지, 닥스 셔츠 눈독
사진제공=닥스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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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가 '닥스 셔츠 판권'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트라이본즈가 계약을 연장하는 데 암초가 될 수 있다. 셔츠 시장의 1위 브랜드인 닥스 셔츠를 전개하면 계열사 형지I&C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최근 형지I&C는 브랜드 경쟁력 약화와 온라인 소비 트렌드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매출 감소세를 겪고 있다. 형지I&C의 매출액은 2022년 704억원, 2023년 653억원, 지난해(1~9월까지) 406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형지I&C와 '닥스 셔츠'의 인연도 깊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닥스 셔츠'의 판권 주인은 우성I&C였다. 우성 I&C는 남성 셔츠 브랜드 닥스 셔츠 예작과 남성복 브랜드 본을 운영했었다. 구본걸 회장이 LG에서 LF(옛 LG패션)를 분리해 독립하면서, LF는 우성 I&C의 닥스 셔츠 판권 계약을 해지했다. LF가 닥스의 마스터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LF는 트라이본즈를 설립해 닥스 셔츠를 직접 운영해왔다. 패션그룹형지는 2012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우성I&C를 인수했고, 사명을 형지I&C로 변경했다.


LF 관계자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판권에 대해 관심 보였던 복수의 업체들과 협의한 끝에 가장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한 기존 업체와 연장계약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현재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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