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원 아꼈다"…건설 중단 체코 댐, 비버 8마리가 하루 만에 지어

브르디 자연경관 보호구역에 둑 지어
체코 정부 "댐 건설비 약 18억원 아꼈다"

7년간 진행하지 못한 체코 정부의 댐 건설을 비버 8마리가 단 하루 만에 해결해 화제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7년 전 프라하 남서쪽 60km에 위치한 브르디 자연경관 보호구역에 댐을 만들 계획이었다. 당국은 원래 습지였던 이 지역에 도랑을 만들어 배수한 다음 군 기지를 세웠다. 이후 체코 정부는 이 지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댐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 소유권과 건축 허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전혀 진척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버. 픽사베이

비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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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비버 8마리가 원래 댐을 만들려 한 곳과 거의 동일한 위치에 하룻밤 만에 둑을 지은 것이다. 체코 정부는 비버가 사람 대신 둑을 만들어 준 덕분에 3000만 체코 코로나(약 17억9000만 원)를 절약했다고 전했다. 비버는 진흙과 돌, 나무 등을 이용해 댐을 만든다. 이들에게 댐은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공간이자 식량 공급원이다. 또 비버가 만든 댐은 양서류와 어류 등의 서식지가 된다. 현재 비버가 건설한 브르디 둑 주변에는 이미 작은 연못이 생겼고, 주변에 습지도 늘고 있다.

댐 건설 계획을 주관한 체코 정부 기구 관계자는 "비버는 둑을 만드는 장소를 항상 완벽하게 선택한다"며 "이들은 사람과 달리 설계도도 없이 둑을 지었으며, 심지어 공짜로 만들어줬다"고 놀라워했다. 생태학자들이 브르디 지역에서 비버가 만든 둑을 점검한 결과, 이 둑은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도록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이들은 이 둑이 돌게와 개구리 등 습지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지역 비버는 또 다른 둑을 다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댐 기술자'로 잘 알려진 비버는 몸길이 60~70cm, 꼬리 길이 33~44cm인 야행성 동물이다. 하천에 사는 비버는 가까운 곳의 나무를 튼튼한 앞니로 갉아 넘어뜨린 다음 여기에 흙이나 돌을 보태 댐을 짓는다. 댐 길이는 보통 20~30m지만, 길게는 650m인 것도 있다. 또 비버는 못의 중심부에 나무, 돌과 흙으로 섬을 만들고 그 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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