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년간 국내 특허 출원건수 1위‥"150조원 R&D투자 결실"

5년간 특허출원 수 79% 증가
논문 발표, 특허출원 장려해 기술 발전
특허 침해 소송 방어 위해 출원 늘려
R&D에 역대 최대 규모 총 35조 투자

반도체·배터리 등 기업 간 특허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5년간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역량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온 데다, 잦은 특허 침해 소송을 겪으면서 자사 특허 확보에 힘써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제 상품 상용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특허 10대 다출원인(多出願人)별 출원 현황(2020~2024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 특허 출원 상위 10대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2020년 7447건의 특허를 출원해 상위 10개 기업 특허건수 2만8146건 중 가장 높은 비율(26.5%)을 차지했다. 이어 2021년부터 30%대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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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출원건수도 매년 증가해왔다. ▲7447건(2020년) ▲9856건(2021년) ▲1만1417건(2022년) ▲1만2563건(2023년) ▲1만3329건(2024년)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5년 새 약 79%가 올라 증가율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인공지능(AI), 5G 및 통신 장비,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특허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서버 기술 등을 상용화해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최근 갤럭시워치의 생체전기임피던스(BIA) 측정 장치와 보행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 등의 신기술 제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생체전기임피던스(BIA) 측정 관련 특허를 통해 갤럭시워치에 체성분 분석 기능을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행 보조 기술 및 로봇 제어 알고리즘 관련 특허를 활용해 '봇핏'을 개발했으며, 이는 재활 및 보행이 불편한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폴더블폰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지만, 초기 모델에서 디스플레이 결함이 발생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삼성은 힌지 내구성 강화,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 연장 등 다양한 특허 기술을 적용해 5개월 만에 개선된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기술력을 입증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성과를 반영해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 또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면 경쟁사의 모방과 후발주자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최근 반도체·배터리·전장부품 등 특허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기업 간 기술 보호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허 출원건수 통계에서 드러나듯 삼성전자는 특허 출원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허 건수가 많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우선 핵심 기술을 보호하여 경쟁사의 모방을 방지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국가에서 특허를 확보하면 해외 시장 진출 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글로벌 확장이 용이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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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업 간의 특허 공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기술 라이선싱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다출원 전략은 단순한 R&D 투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전사적으로 논문 발표, 특허 출원을 장려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b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35조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삼성전자가 R&D에 투자한 금액은 총 150조원 이상으로, 이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잦은 특허 침해 소송을 겪으면서 더욱더 특허 출원에 힘써온 상황이다. 2011년에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아이폰 디자인 및 화면구성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7년 가까이 소송전이 이어진 바 있다. 또 2020년에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이 삼성이 5G 및 LTE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도 미국 특허관리전문업체가 삼성 폴더블폰이 자사 통역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30여년간 반도체 산업을 이끈 임형규 전 사장은 저서 '히든 히어로스'에서 "선진기업들에 거액의 특허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효 특허 확보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사업 초기부터 특허 출원이 강조됐고, 의미 있는 국제특허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수한 논문의 경우 특허 출원 후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학술지 논문 등재율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통계를 살펴봐도 삼성전자의 특허건수 순위는 상위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세계 특허 활동 통계에서 3924건의 특허를 출원해 2위에 오른 바 있다. 삼성전자 외 세계 순위권에 든 국내 기업은 LG였으며 1위는 화웨이(6494건)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는 모든 기술의 원천이며 선제적으로 기업이 특허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해외 특허 분쟁이 많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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