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5조 몸값' 테일러메이드…F&F '패싱' 논란

센트로이드 '테일러메이드' 매각 추진
사전동의·우선매수권 가진 F&F "계약 위반" 반발

글로벌 3대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물로 나오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PEF)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패션기업 F&F의 사전동의 없이 제3자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염두에 둔 F&F가 이번 매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쟁이 불가피해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2021년 미국 투자 회사 KPS 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테일러메이드 지분 100%를 1조9000억원(당시 17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지분 인수를 위해 F&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당초 패션브랜드 네셔널지오그래픽을 운영하는 '더네이처홀딩스'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았지만, 더네이처홀딩스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 테일러메이드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F&F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F&F는 테일러메이드의 성장성과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4000억원(지분 49.51%)을 투자하면서 경영권을 전제조건으로 우선매수권과 사전 동의권을 확보했다. 당시 김창수 F&F 회장은 "테일러메이드를 골프를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면서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이듬해 F&F는 유안타증권이 보유한 펀드 지분을 580억원에 사들이며 지분율을 57.8%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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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테일러메이드는 골프공과 의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몸값을 키웠다. 유명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등을 후원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테일러메이드의 지난해 매출은 14억4000만달러,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억2000만달러로 센트로이드가 인수하기 전인 2020년 매출(9억4000만달러), EBITDA(1억달러)보다 매출은 50%가량, EBITDA는 두배 넘게 성장했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도 2배 넘게 뛴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을 가진 F&F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F&F와 사전 교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F&F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고 센트로이드가 확약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정당한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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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로이드는 최근까지 주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투자보고서에서 F&F의 우선매수권 외에 사전동의권을 가진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F&F가 직접 투자자들에게 펀드의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사전 동의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사전 동의권을 행사할 경우 매각이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F&F가 펀드의 주요 경영과 관련해 사전동의권을 갖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제249조14에 따르면 펀드 운용사(GP)가 투자목적 회사의 재산에 속하는 지분증권에 대한 의결권의 행사 업무를 제 3자에게 위탁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F&F 측은 "센트로이드가 GP로서 적극 투자를 권유해 이에 응했다"며 "사전 언질 없이 제 3자 매각 추진하는 것은 계약 위반사항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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