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파나마, 美정부 선박 운하 통행료 면제

美국방도 파나마 대통령과 통화…"안보 이익 합의"
루비오 방문 사흘만 입장 바꿔

앞으로 미국 정부 선박은 파나마 운하 통행 시 통행료를 면제받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운영권 환수를 언급하며 압박하자 파나마가 한 걸음 물러난 것이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 선박은 이제 파나마 운하를 통행료 없이 통과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연간 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크리스토발 항구. AP연합뉴스

파나마 운하 크리스토발 항구.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날 미 국방부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그들은 미국과 파나마가 공유하는 강력한 관계와 파나마 운하 보호 등 많은 안보 이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헤그세스 장관과 물리노 대통령은 미군과 파나마군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고, 광범위하고 확대되는 협력을 강조했다"며 "물리노 대통령은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운하를 공동으로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헤그세스 장관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압박에…파나마, 美정부 선박 운하 통행료 면제 원본보기 아이콘

물리노 대통령은 그간 파나마 운하 통제·운영권은 주권 문제라며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지난 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파나마를 직접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지 사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관련 협정을 조기에 종료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날 블룸버그 통신은 파나마 당국이 파나마 운하 인근 항구를 운영하는 홍콩계 기업과의 계약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에 결국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국은 비공개로 미 해군 선박에 자유 통행권을 부여할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의 발표는 아직 공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파나마 관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미국은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운하를 건설한 뒤 80년 이상 관리·통제하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1999년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홍콩계 기업에 2개 항구 운영권을 맡긴 것을 두고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있다며 1999년 미국과 파나마 간 조약 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