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하워드 막스 "저금리 시대 종말…주식 대신 채권 투자 늘려라"[인터뷰]

초저금리 막 내리고 '시 체인지' 시대 도래
"S&P500, 10년 기대 수익률 연 2%"
하이일드 등 채권 투자 확대 조언
美 위험은 재정적자…"무제한 신용카드 긁어"
"韓 정치 혼란 극복 예상…저평가 기업 매수"

"지난 40년간의 금리 하락 흐름과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국 증시를 거품 상태로 볼 순 없지만 향후 10년간 기대 수익률은 최고 연 2%에 불과해 주식보다는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투자 비중 확대가 유리하다."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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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한국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낙관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으로 수익률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막스 회장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를 예측해 큰 명성을 얻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그의 투자 메모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읽는 등 월가의 필독 자료로 꼽힌다.


막스 회장은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 수준이란 점에서 역사적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2%에서 2%에 그칠 것"이라며 "시장을 떠날 필요는 없지만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공격적인 자산 비중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달 통화완화 사이클을 일시 중단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으로 봤다. Fed는 지난해 9월 금리 인하에 착수해 최고 연 4.25~4.5%였던 기준금리를 3연속 내려 총 1%포인트를 낮춘 뒤 지난달 29일 처음 동결했다.

막스 회장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마지막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Fed가 올해 몇 차례 금리를 내릴 순 있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것과 같은 많은 횟수의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지 않는 한 Fed가 금리를 인상할 이유는 없다"며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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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금융시장이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금리 환경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시 체인지(Sea Change·대변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막스 회장은 "지난 40년 동안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경제 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을 견인했지만 이제 그 흐름은 끝났다"며 "2009~2021년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대출금리의 경우 1980년 22.25%에 달했지만 2020년 2.25%까지 낮아졌다며 "이제 우리는 (지난 40년간 금리 하락) 그 반대 국면에서 투자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저금리 시대에서 유효했던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변동성이 낮고 확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 비중 확대를 제언했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1월 초 내놓은 S&P500지수의 향후 10년간 수익률 전망은 연 2~5%지만 현재 하이일드 채권(고위험·고수익 채권)은 연수익률이 7%"라며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채권 투자 확대가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투자와 관련해서는 10년물 같은 장기채보다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2~5년물 투자를 권했다. 향후 금리 하락 시 빠른 재투자를 통해 유리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재정적자를 꼽았다. 막스 회장은 "미국 정부는 신용카드가 무제한이고, 청구서가 날아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세입에 맞춰 지출하거나 세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이 국방비,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사회보장제,연방정부 부채 이자로 연방예산의 80% 이상을 지출하고 있어 재정지출 감축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구서가 날아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이것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그는 "중국이 연간 5%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몇 년간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막스 회장은 최근 한국의 계엄·탄핵 사태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의 제도와 기관들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효율적이고 조직화한 시스템, 고학력 인구, 강력한 근로 윤리를 바탕으로 한 국가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량기업을 발굴하고 주식을 저평가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면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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