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점심에 낮잠 주무시는 모리모토씨를 깨워보겠습니다."
일어나세요라는 말에 후다닥 일어난 모리모토씨, 일어나자마자 제작진이 준비한 면도 크림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게 되는데요. 이 모리모토씨는 현재 75세로 이 회사 고문입니다. 고문에게 말 그대로 고문하는 영상을 보면서 제 심장이 다 철렁했답니다. 제작진들이 저러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고 걱정도 됐고요.
이 분들은 요즘 일본에서 장안의 화제인 '오지상 틱톡(아저씨 틱톡)' 채널 주인공입니다. 효고현 아카시시 산요공업의 이사인 60세 코스기 요시아키씨와 고문인 75세 모리모토 켄지씨가 출연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기업의 임원이라는 권위를 깨고 틱톡에 데뷔해 앞구르기 대결, 아이큐 대결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오지상 틱톡의 주인공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채널을 운영하는 산요공업은 1980년에 설립된 중견기업입니다. 산요공업은 전국 12곳의 자사 공장을 갖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가와사키 오토바이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을 파견하는 파견 사업체도 함께 운영하고 있죠. 현재 2000명 이상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어 중소로 묶이기엔 꽤 덩치가 큰 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산요공업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세계를 만든다'를 주제로 사원 수 8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요공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해요. 유튜브 구독자 수도 1만4000명, 틱톡 팔로워는 6만5000명이 넘죠. 조회수 100만을 기록한 영상도 12개가 넘습니다. 틱톡을 시작한 계기는 무려 이사인 코스기씨의 제안 덕분이라고 합니다. 원래 인스타그램과 X(옛 트위터)로 산요공업은 홍보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코스기씨가 홍보실에 갑자기 들어와 "나 틱톡 해보고 싶은데"라고 소리친 것이 시초라고 해요. 젊은 사람들이 더 친숙하다고 느끼는 것에 회사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 본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 두명이 출연자로 뽑히게 됐는데, 그것이 이사인 60세 코스기씨와 고문인 75세 모리토모씨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출연하는 '오지상 틱톡'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영상은 격의없는 분위기에서 촬영됩니다. 인재전략부장, 총무과장, 사내 고문 셋이 모여 스마트폰으로 앞구르기 대결을 하거나, 홍보팀에게 깜짝카메라로 난데없이 얼굴에 생크림을 맞기도 하죠 회사에 공룡이 나타난 상황을 가정하고 아저씨들이 대피하는 영상은 조회수 310만회를 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원래 야구부 투수 생활을 오래했던 모리토모씨는 그라운드에서 투구나 타격 연습을 하는 모습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대단하다", "이런 사람이랑 나도 야구하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영상이 화제가 되자 이제는 틱톡 라이브 방송에도 도전해 시청자들과 원격 회식을 개최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방송도 진행했는데요. 많을 때는 2030 시청자가 1900명이 몰리기도 한다네요.
실제로 홍보효과는 엄청나다고 합니다. 신규 채용 온라인 설명회 참가자 중 대다수가 틱톡을 이미 보고 있었다고 답했고, 2021년 기준 지원자 8명 중 3명이 틱톡을 계기로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는데요. 이들은 '이런 기업이라면 시대의 흐름에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곳이겠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코스기씨와 모리모토씨는 최근 정년 퇴직을 했는데도 불구, 1년 분 정도 촬영을 해놓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계속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분들의 퇴직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심지어 최근 새 대표이사는 '사장 라디오'까지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사풍을 유지하는 까닭은 제조업에 대한 이들의 철학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사내에서는 '안 해본 것을 해보자'라는 문구가 슬로건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본 적 없는 것'을 제안하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 경영의 비법이라고 하네요. 틱톡커 데뷔도, 라이브 방송도 그들에게는 한 평생 안 해봤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했기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던 것이죠.
제조업 현장, 더군다나 일본의 기업이라이면 수직적이고 보수적일것이라는 이미지가 확 다가오는데요. 오히려 이런 편견을 깨고 격의없는 소통을 시작한 것이 회사 전체로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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