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동남아 여행 취소…겁나서 못 타요" 비행기 포비아 확산

국내외 여객기 사고 줄이어
불안감에 여행 취소하기도
에어부산 화재 원인 보조배터리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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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기 겁나요."


주부 김모씨는 오는 4월 부모님 팔순을 기념해 동남아시아 여행 티켓을 끊었다가 취소했다. 한 달 전 제주항공 참사에 이어 이번 설 연휴 에어부산 화재까지 여객기 관련 사고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부터 가족들과 계획했고, 조만간 실현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찜찜함에 가슴 졸이느니 마음 편한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가족들이 모두 불안하다고 해서 상의 끝에 계획을 변경했다"면서 "한동안 비행기 타고 떠나는 해외여행은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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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셜미디어를 보면 '비행기 포비아'를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비행기 사고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며 "올해 두 번 해외로 나갈 계획을 잡아뒀는데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요즘 비행기 사고 자주 일어나서 불안하고 무섭다"고 했다.


'항공기 사고'는 국내외 불문이다. 외국이라고 안전지대는 아닌 셈이다. 지난 29일 밤(현지시간)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하면서 탑승자 67명 전원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 달 3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을 앞둔 서영원씨(36)는 "제가 타고 갈 항공편도 최근 정비 불량으로 인한 출발 지연이 잦았다고 들었다"며 "인제 와서 계획을 취소하는 것도 불가능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임모씨(38)도 "요즘 항공기 사고가 왜 이렇게 계속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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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이 '보조배터리'라는 추정이 나오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 항공 보안 365 포털 '기내 반입금지 물품 검색'에서는 '보조배터리'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전기, 스프레이 등 화재 위험이 있는 물품이 검색 순위권에 올라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함량 2g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용량 100Wh 이하의 경우 1인당 5개까지 항공기 객실 반입이 가능하다. 노트북, 태블릿 PC, 전자담배 등 전자 기기는 기내로 휴대할 수 있다.

일각에선 기내에 반입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를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고 선반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실제 항공기 기내 방송에선 라이터와 보조 배터리의 경우 몸에 휴대하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내방송 내용을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 적은 실정이다. 또한 이를 지키지 않는데 따르는 법률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 보조배터리의 경우 기내 반입이나 관리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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