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 예고…韓 바이오, 美 공장 필요성↑

삼바·셀트리온 등 아직 북미 공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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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 기조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안간 의약품 관세 도입을 시사했다. 자국 내 공장 유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북미 투자 필요성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증축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도 2022년 미국 텍사스주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두 번째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CDMO 등 바이오 업계의 ‘빅2’라고 볼 수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간 비용 등 측면에서 국내 생산이 효율성이 크다고 판단해 왔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6월 ‘2024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에서 "미국의 공장을 인수하는 것보다 한국 공장 증설이 더 효율적"이라며 "미국 공장은 고객사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고 노후화된 문제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의약품 관세 도입이 현실이 되면 이들 기업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관세 부과 대상 산업으로 의약품, 반도체, 철강을 꼽았다. 그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시작될 수 있다"며 "세금이나 관세를 내고 싶지 않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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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DMO 업계는 북미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6월 글로벌 6위 CDMO사인 지그프리트는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큐리아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계 CDMO사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도 지난 해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의약품 생산시설에 12억달러(약 1조 7352억원)를 추가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1위 론자는 같은달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슈의 의약품 생산공장을 12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바이오 업계는 수혜가 예상됐다. 의약품 가격이 비싼 미국 내에서 약가 인하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허가 확대, CDMO 활성화 등이 기대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집인 ‘아젠다 47’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의약품 등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4개년 계획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더라도 현지 공장 설립과 관세 협상 등으로 바이오 업계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바이오 등 업종은 견조할 전망"이라며 "오히려 생물보안법 등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국내 CDMO 기업의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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