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폭도들'까지 '법원 쇼핑'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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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 후 서울서부지법 안팎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사법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같다. 법원은 우리 사회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와 같다. 그런데 '폭도'로 변한 일부 세력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색출하겠다는 구실로 법원을 습격했고, 공권력을 유린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구속된 20여명이 사건 관할 법원을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낸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 격인 서울서부지법이 가해자인 자신들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관할을 '제3자'인 서울중앙지법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스스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은 처벌돼야 한다. 특히나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근간인 법원에 대한 폭력 행사는 무겁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용인한다면 나라와 사회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은 불법적 행동에 대해 일정한 과정을 책임을 묻는 절차이며 그 결과에 따라서는 법을 어긴 사람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판의 절차는 법에 따라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법원을 습격한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이같은 재판을 받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판결에 불만이 있을 경우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재판관할 이전을 요구할 권리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법원을 습격한 사람들의 관할 법원 변경 요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재판을 피하기 위해 계산된 '꼼수'라는 생각이 드는 건 필자뿐일까. 앞에서는 고함치며 둔기를 휘두르던 이들이 막상 재판을 받게 되자 맨 처음 한 일이 '법 기술자'들이나 쓰는 '법원 쇼핑'이라는 걸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관할 법원은 법률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피고인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원 쇼핑은 배척되어야 한다. 만약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그야말로 '유행'이 될 것이고, '법 기술자' '법꾸라지'들의 천국이 될 것이다. 법원이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판시를 내놓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엔 꼼수가 너무 많다.

나아가 법원은 난동을 일으킨 이들에게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런 생각을 감히 할 수 없도록 경계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법원이 습격당하게 된 것에 법원 스스로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돌아볼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원 내부에선 여러 가지 부끄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판사들끼리 이념과 출신을 갈라 다투고, 그 일에 앞장서던 판사들이 사직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치판으로 뛰어든 경우도 적지 않았다. 판사들이 '워라벨'을 추구하면서 재판은 한정 없이 늘어지고 있고 재판받는 국민의 허리가 휜다. 법과 정의는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이 보편적인 원칙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유병돈 사회부 사건팀장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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