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으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김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마른 김 원료인 물김은 생산량 급증 여파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산지에서 폐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가격정보(Kamis-카미스)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1일 국내 전통시장에서 마른김(10장) 중품은 평균 1467원에 거래됐다. 수출 호조와 국내 소비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1월(1017원)보다 44.2%(450원) 올랐다.
월평균 김 가격은 지난해 6월 1300원 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후 8개월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평균 김 소매가격은 1214원으로 2023년(889원)보다 36.5%(325원) 상승했다. 1년 전 한 톳(100장)당 2만원대에 거래됐던 선물용 곱창 김은 3만원대 후반으로 60~70% 올랐다.
김은 국내 수산 식품 중 최초로 수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도 붙었다. 2023년 7억9000만 달러(약 1조1560억원)를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 9억97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2020년 내수 55%, 수출 45%이던 김 소비 비중은 2023년 수출 비중이 63%까지 치솟으면서 2년 연속 수출 1조원을 달성했다.
김값 오름세는 세계적인 K-푸드 열풍 속에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재고가 줄어든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김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전기료, 기름값 등이 인상된 것도 가격 인상에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최대 산지인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과잉 생산된 원료 물김이 버려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김을 위판한 진도에서는 올해 들어 물김 1010t이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됐다. 해남에서 167t, 고흥에서 49t이 각각 바다에 버려지기도 했다. 물김은 생물이어서 경매를 통해 당일 넘기지 못하면 폐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공 공장은 적은데 물김 생산량이 증가하다 보니 산지 가격은 대폭 하락하고 폐기 사례도 나온다는 것이다. 또 마른김 업체들이 물김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하면서 관망하는 것도 물김이 버려지는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물김 생산량은 3467만속으로 평년 대비 62%가량 늘어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 국내 평균 물김 가격은 ㎏당 2254원으로 한 달 전(4591원)에 비해 50.9% 하락했다. 올해 물김 생산량이 급증한 이유는 양식 면적 확대와 양호한 작황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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