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OPEC에 유가 인하 요구" 푸틴 옥죄는 트럼프…국제유가 하락

트럼프, 다보스 화상 연설
"유가 하락하면 러·우 전쟁 즉시 종료"
中에 "종전 도와달라"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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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유가가 하락한다면 러·우 전쟁은 즉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석유) 가격이 충분히 높아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산유국에 석유 생산량 확대를 주문, 석유·가스 수출에 재정 수입의 절반을 의존하는 러시아의 '돈줄'을 죄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러시아에 종전 합의를 촉구하며 추가 제재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멈추라"며 "우리가 거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미국과 다른 (제재) 참여국에 파는 모든 것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예고한 대로 에너지 부문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대(對)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주 의회 인준 절차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제재가 "지나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며 "러시아 주요 석유 회사에 대한 제재를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100% 찬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우회함으로써 제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한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와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연설 이후 국제유가는 하락 반전했다.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3시16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0.97달러(1.29%) 떨어진 배럴당 74.47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87달러(1.1%) 밀린 배럴당 78.13달러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 방침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원유·가스를 보유했다며 "미국에 '액체로 된 금'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모든 재화·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미국을 제조업 절대 강자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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