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부터 다르다.
지난해 11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전에서 수석 합격한 이율린의 각오가 그렇다. 지난 16일 태국 깐짜나부리 에버그린힐스 골프 리조트로 떠나 2월 18일까지 전지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율린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 2년 동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율린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2020년과 2021년 국가대표를 거치며 169cm의 신장에서 나오는 호쾌한 스윙과 평균 260야드 이상의 장타가 강점이다. 2022년 KLPGA 투어에 입회한 뒤 시드전에서 5위로 통과해 정규 투어에 데뷔했지만, 첫해 성적은 아쉬웠다. 29개 대회 중 9번만 본선에 진출하며 상금 랭킹 93위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이후 전남 무안에서 치열한 재기를 다짐한 그는 2022년 시드전 차석으로 재입성했으나 2023년에도 상금 랭킹 65위에 그쳤다. 특히 시즌 초반 부진이 문제였다. 9월까지 21개 대회 중 16번 컷 탈락하며 드라이버 입스라는 장애를 겪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조차 제대로 스윙하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개월 만에 입스를 극복한 뒤 10월 메이저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고, 마지막 대회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상금 랭킹 60위권 내 진입에는 실패해 2년 연속 시드전을 치러야 했고, 이번에는 전체 1위로 정규 투어에 복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율린은 "시드전의 압박감이 컸지만, 준비한 만큼 결과가 따라줘 기뻤다"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율린은 2023년 11월 기존 등록명 ‘이지현7’에서 이름을 바꿨다. 그는 "KLPGA 투어에 같은 이름의 선수들이 많아 혼란이 있었고, 흔한 이름에 대한 개명 의지도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이율린은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이후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5주간 몸과 마음을 완벽히 다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곁에는 2023년 6월부터 도움을 주고 있는 김혜동 코치가 함께한다. 김 코치는 한때 330야드를 날리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최장타자로 이름을 떨쳤던 선수 출신이다. 이율린은 김 코치와의 만남이 자신의 골프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 프로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입스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스윙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너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마치 골프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스윙 교정에만 몰입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샷의 정확도와 쇼트게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지형에 맞춘 다양한 구질 연습과 어프로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율린은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저만의 골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더 큰 도약의 기회도 마련됐다. 이율린은 두산건설 We’ve 골프단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골프단엔 KLPGA 투어 강자인 임희정을 비롯해 박결, 유효주, 김민솔, 유현주 등이 소속돼 있다. 그는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며, 골프 인생에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율린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박인비다. 스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점에서 감명을 받았다. 그는 "저도 박인비 프로님처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율린의 목표는 세계 최고다. 그는 "미국 투어에 진출해 다양한 곳에서 골프를 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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