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체 영유아 대상 예방 항체주사가 다음 달 출시된다.
최근 독감,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동시에 유행하며 호흡기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린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어린이 전문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를 다음 달 초 출시한다.
예방 항체주사는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등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체내에 직접 주입해 항체와 항원이 싸우게 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만 지속 시간이 수개월로 짧다는 단점이 있다. 신생아와 고위험군 등 즉각적인 효과가 필요한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백신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 주 이상 걸리지만 수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베이포투스는 태어나 첫 RSV(10~3월) 시즌을 맞은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투여 가능한 예방 항체주사다. 기저질환 여부에 상관없이 시즌을 맞은 모든 신생아 및 영아에게 투여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RSV 예방 항체주사는 이른둥이, 선천적 심장 질환아 등의 영유아만 접종이 가능했다.
베이포투스는 1회 접종으로 5개월간 예방효과가 유지되기도 한다. 시즌 중 1회만 접종하면 시즌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주사는 유행기간 중 매달 1번씩 총 5회 접종했어야 했다. 베이포투스 출시로 산후조리원 등에서 감염병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포투스는 이미 해외 52개국에서 승인받아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광역자치주인 스페인 갈리시아주는 현재 신생아 및 영유아 모두가 무료로 베이포투스를 투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갈리시아주의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투여받은 6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RSV로 인한 입원이 미투여 영아와 비교해 82%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의학 전문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
베이포투스의 출시는 RSV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져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주 차(5∼11일) 전국 221개 의료기관에서 RSV로 입원한 환자의 수는 477명이다. 호흡기 감염증 중 인플루엔자(1627명) 다음으로 많다.
RSV는 뉴모비리데리과에 속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독감·코로나19와 함께 4급 법정감염병에 속한다. 콧물과 인후통, 기침, 가래가 흔하며 코막힘, 쉰 목소리, 기관지 안쪽이 좁아져 나는 '씨익씨익' '그르렁그르렁' 거리는 숨소리(천명)가 특징이다. 다만 다른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구별이 쉽지 않다.
RSV 감염증의 대표적인 고위험군은 ▲영유아 ▲60세 이상의 고령자 ▲만성 심장 및 폐 질환자 등이다. 특히 영유아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연령대가 감염될 수 있으나 영유아에서 감염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유아는 성인과 비교해 세기관과 기도의 지름이 작아 가래 배출에 어려움을 겪어 더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출생 후 2년 이내의 90%가량의 아이가 초감염(첫 감염)을 경험하며, 이 중 20~30%는 모세기관지염(폐의 작은 기도의 염증)과 폐렴으로 진행한다. 더 나아가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윤기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RSV는 1세 미만 영유아 입원의 주요 원인 바이러스로 질병 부담이 매우 큰 만큼 먼저 출시된 국가들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며 "특히 미국, 스페인 등 다수의 국가들에서는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에 도입해 소외되는 영유아 없이 모두가 RSV를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보태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요즘과 같은 저출산 시대에 소중한 우리나라 아이들이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활발한 접종과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인 대상 RSV 백신도 올해 중순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전무하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렉스비'가 처음으로 지난달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출시되진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올해 6~7월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RSV 백신은 GSK의 아렉스비, 화이자의 '아브리스보', 모더나의 '엠레스비아' 등이다. 국내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RSV 백신 후보물질인 '유RSV(EuRSV)'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9년 상업화를 목표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RSV 백신 후보 물질을 발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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