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에게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어로 된 사랑 영화를 틀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제95공수여단 공수부대원들이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영상을 인용, 부상을 입은 채 쓰러진 북한군을 생포하게 된 과정을 보도했다. 호출부호 '그랜드파더'라는 공수부대원은 "처음엔 우크라이나군 병사라고 생각했지만 외모가 달랐다"며 "그가 러시아어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병사는 수류탄과 칼 같은 무기를 소지했으며 식량으로 소시지를 지니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95공수여단은 "북한군이 생포 후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의료·식량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틀어달라고 요청했다가 '우크라이나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한국어 영화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RFA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는 북한군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신은 최근 쿠르스크에 북한군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군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향후 움직임을 검토 중이거나, 부상자가 상당하고 전쟁의 피로도가 극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서부 도시로, 양측 군대가 탈환전을 벌여온 곳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1만2000명이며, 이달 9일 기준 사상자는 4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 포로의 신문 영상을 추가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병사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병사라며 공개됐던 2명 중 1명으로, 러시아제 무기와 군사 장비 사용법을 교육받았냐는 질문에 "몇 명씩 뽑아서 가르쳤으나 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북한에서 선박을 타고 러시아에 도착한 뒤 열차에 탑승해 육로로 이동했다"며 "러시아로 가는 줄도, 우리의 적이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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