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버거명가' 롯데리아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전주비빔라이스' '오징어얼라이브' 등으로 K-버거 장르를 개척하며 소비자 호응을 이끈 롯데리아 덕분에 롯데GRS는 7년 만에 1조원 클럽 재가입을 눈앞에 뒀다. 올해 첫 신메뉴로 선보인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역시 품절 사태를 빚으며 흥행몰이 중이다. 낡은 이미지와 코로나19에 발목 잡혀 고꾸라졌던 롯데리아가 오랜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가 지난 16일 출시한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버거 2종은 내부 목표량 2배를 웃도는 초기 판매 실적을 내고 있다. 신제품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출시한 메뉴로, 스테디셀러인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재해석했다. 모차렐라 치즈와 체더 치즈를 올린 브리오슈 번과 이탈리아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바질, 빨간색 토마토가 주요 재료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누리꾼들은 "롯데리아 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 "불고기 버거 두 개 값이지만 재구매 의사가 있다" "또 먹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못 먹었다" "셰프 협업 음식 중 맛있는 건 처음이다"와 같은 호평을 내놓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새해 첫 메뉴인 만큼 수많은 테스트와 회의를 거쳐 출시했다"면서 "일부 매장은 재고를 전부 소진해 품절이 발생할 만큼 긍정적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버거의 초기 흥행으로 롯데리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신메뉴 성공 행렬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롯데리아는 오랫동안 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롯데리아가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롯데GRS는 2017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대 기업이었지만 버거 시장 포화로 롯데리아가 부진하며 2018년(8309억원)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목을 잡으면서 2021년에는 6757억원까지 고꾸라졌다. 한때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롯데리아는 '외면받는 브랜드'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익이 부진한 점포들을 과감히 폐점하는 등 외연 확장보다 획기적 메뉴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메뉴 출시에 성공했다. 2023년 선보인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와 지난해 내놓은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가 대표적이다.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는 한정 출시됐다가 높은 인기를 끌자 그해 말 정식 메뉴로 채택됐다.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는 지난해 6월 말 출시 직후 11일간 누적 70만개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 외에도 지난해 2월 선보인 '왕돈까스 버거'는 출시 후 2주 동안 55만개, 한 달 동안 80만개가 판매됐다.
그 덕분에 롯데GRS는 지난해 1조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외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브랜드를 운영 중으로 지난해 1~3분기까지 매출 7440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109.3% 상승한 수치다. 아직 결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7년 만의 1조원 클럽 재가입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정통 미국식 버거 브랜드들이 만들 수 없는 K-버거를 만들면서 낡은 이미지를 벗고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면서 "버거의 상식을 깨는 '유니크 앤드 펀' 슬로건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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