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 첫발을 뗐다. 대표적인 규제론자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빈 자리를 공화당계 마크 우예다 상임위원이 채우고 'SEC 가상자산 2.0 시대'를 선포했다.
미 SEC는 21일(현지시간)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이끄는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피어스 위원은 우예다 위원장 대행과 더불어 강경 규제 기조인 SEC 내에서 소수의견을 내왔던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크립토 엄마(Crypto Mom)'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TF는 SEC의 규제 방향 재설정을 돕는다. SEC는 "TF는 SEC가 합리적인 규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현재까지 SEC는 사후적, 소급 적용 방식으로 집행 조치를 통해 가상자산을 규제해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종종 실험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법적 해석을 채택해왔다"며 "등록요건과 절차의 명확성이 떨어져 합법성과 관련해 혼란이 야기됐다"고 짚었다. 이는 전임 겐슬러 전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SEC의 단기 목표도 포괄적이고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틀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예다 위원장 대행은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아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4(KBW2024)' 메인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책 면에서도 어떤 것이 증권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경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당시 겐슬러 위원장의 행보에 반대 입장임을 시사했다.
SEC와 함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가상자산 규제 주체를 명확히 결정하는 데도 TF 논의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미국 내에서도 불분명해 규제 주체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향후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정의되면 SEC에서 관할하고, 상품으로 분류되면 CFTC에서 담당하게 된다. TF는 공개 청문회를 열고 가상자산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CFTC를 비롯한 연방부처, 기관 등과도 협력한다.
TF 출범 소식에 가상자산 가격도 10만6000달러를 단숨에 회복했다. 글로벌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한국시간) 오전 8시43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2.71% 오른 10만6003.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일 트럼프 취임식으로 상승 재료가 소진되면서 10만달러 초반까지 밀렸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외신들도 이런 SEC의 변화에 주목했다. 미국 CNBC는 "백악관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과는 크게 다르다"며 "(전임 바이든 정부) 당시 SEC 의장이었던 게리 겐슬러는 업계의 적으로 여겨졌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도 "SEC는 새로운 체제와 겐슬러 시대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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