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은행과 비교해 1인당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디지털 전환으로 점포 축소 움직임이 가속하며 인력 슬림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30대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를 넓히는 등 과거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은행에서만 약 2000명이 넘는 인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647명이 이달 17일 자로 회사를 떠났다. 이는 전년 674명과 비슷한 수준이나, 다른 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 규모(400~500명)와 비교해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KB국민은행은 신청자 기준을 기존 1972년에서 1974년으로 확대했고, 특별퇴직금 규모도 30개월에서 31개월로 늘렸다. 특히 40~50대의 중간 관리자급이 가장 많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인원을 541명으로 확정했다.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늘리면서 전년(234명) 대비 희망퇴직자 수가 두 배 넘게 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신청자를 받은 우리은행도 올해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500명 안팎으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2024년에는 362명이 우리은행을 떠났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31일 자로 391명이 떠났다. 전년(372명) 대비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 직원이 대상으로 퇴직금은 최대 20~28개월 치가 지급됐다.
하나은행은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달 31일 자로 회사를 떠난다. 하나은행은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에서는 2023년 339명, 2024년 325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희망퇴직 규모는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정된 희망퇴직 규모만 2000명이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1967명)보다 약 20%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비대면·디지털 전환으로 은행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은행의 필요인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시중은행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인터넷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시중은행 대비 2배가량 높은 점도 은행들의 조직 슬림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1인당 이익은 2억5500만원(2024년 3분기 기준)으로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 3사는 평균 5억62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예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이례적으로 30대 후반~40대 초반 직원들의 신청이 늘었다"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데다, '이자 장사'라는 비판에 은행에서는 퇴직금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없어 조금이라도 더 챙겨줄 때 나가자는 분위기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전년도 시중 주요 은행 희망퇴직자는 3억 후반~4억원대 특별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2023년 경영현황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 직원의 희망 퇴직금으로는 평균 3억8100만원이 지급됐다. 신한은행은 1인당 평균 3억746만원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억915만원, 4억265만원을 지급했다. 1억원 내외의 기본 퇴직금을 고려하면 평균 약 5억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일부 최고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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