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경제심리가 크게 악화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을 밑도는 0.2%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한은은 블로그에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공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6~1.7%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년 2·5·8·11월 경제 전망 수치를 발표하고, 이 외에는 구체적인 성장 전망 수치 제시를 자제했던 한은이 이달 이같이 '중간 점검' 결과를 내놓은 건 이례적인 행보다. 한은은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전망 이후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그 결과를 2월 공식 전망치가 나오기 전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경제주체의 의사결정과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는데, 이날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말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1분기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부터 점차 해소되면서 경제 심리가 하반기 중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요인으로 봤다. 올해 정부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감액된 점이 성장률을 0.06%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으나,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등 경기 부양책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한은은 다음 달 발표할 올해 성장률 전망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시기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전개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 정치와는 별개로 경제 정책이 일관성 있게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국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성장률은 당초 예상인 전기 대비 0.5%를 크게 하회하는 0.2% 또는 이를 밑도는 수치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년 대비 2.2%에서, 2.0~2.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초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 이후 지속된 국내 정치적 충격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경제 심리가 크게 악화하고 내수 소비, 건설투자 등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을 상당폭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에 개선됐던 소비가 지난해 4분기 중 회복세 약화했다"며 "카드사용액은 12월 말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했고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 자동차 판매도 12월 중 더욱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12월 중 아파트 분양실적 2만1000가구가 당초 계획 2만5000가구를 17.2% 하회하는 등 4분기 중에 부진이 더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수출은 탄탄한 인공지능(AI) 투자수요에 기반한 IT 품목 등의 양호한 흐름으로, 11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