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보험사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연말·연초 독감 유행과 폭설에 따른 자동차 사고 증가, 보험회계 변화 등으로 실제 실적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8곳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342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63억원)대비 25.9%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생명·화재는 연결기준, 나머지 보험사는 별도 기준으로 추정했다.
삼성금융그룹의 맏형 삼성생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42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화재는 3420억원으로 91.7%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삼성생명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2조1659억원, 1조8689억원이다. 증권가 분석대로라면 삼성생명이 여전히 선두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1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단기납 종신보험과 무·저해지 보험 절판효과 등의 영향으로 신계약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고금리 종신보험 등의 영향으로 손실계약부담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8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4%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 순이익은 688억원으로 255.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두 회사 모두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초 분위기는 어둡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 로스앤젤레스(LA)에서 60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현지 사업장에서의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37건의 계약을 보유한 DB손보는 6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 현대해상은 보유중인 4건의 계약이 산불 발생 지역과 거리가 있어 아직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길이 아직 잡히지 않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의 적자 여부도 실적 예상치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의 지난해 1~11월 자동차보험 평균손해율은 82.2%를 기록했다. 11월 손해율은 92.8%로 전년동기(87.9%)대비 4.9%포인트 급등했다. DB손보(87.5%)와 현대해상(97.8%)도 11월 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급상승했다. 117년 만에 내린 폭설 여파로 자동차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이다. 대형사의 경우 82%로 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920억원), 현대해상(-750억원), DB손보(-700억원) 등이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급증도 보험사 실적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 지난달 20일 독감 주의보 발령 이후 올해 1주차(지난해 12월29일~올해 1월4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감 환자가 늘면 실손보험 청구가 급증하고 이는 보험사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 손실 확대를 불러온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규제도 손보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현재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 재무수치를 다시 산출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추정 모형 변경 영향으로 손보사 1조9000억원, 생보사는 5000억원의 CSM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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