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500억달러 목표…"예년 수준" vs "희망 고문"[2025해외건설]

해외건설 수주 목표 500억달러를 둘러싼 논란

"173억달러 체코원전사업 있어 충분히 가능"
"체코원전 빼도 300억대 수주는 계속 해왔다"

"중동 비중 높은데, 중동 발주 감소 예상"
"트럼프 집권에 따른 유가하락도 중동 발주 감소 요인"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로 50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건설업계 의견이 갈린다. 정부는 지난해(371억 달러)에는 목표치였던 400억달러도 채우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100억달러나 목표치를 높였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최대어인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의 본계약이 오는 3월 체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목표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 지역 수주량 감소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현실성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해외수주 500억달러 목표…"예년 수준" vs "희망 고문"[2025해외건설] 원본보기 아이콘

"173억달러 체코 원전 수주로 500억달러 가능"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실장과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17일 "정부의 500억달러 해외 수주 목표는 체코 원전 수주를 고려하면 충분히 세울 만한 목표"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은 173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11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수주 확정 여부는 오는 3월 결정된다.


손 실장은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경험도 있어 경쟁력을 이미 인정받은 상황이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프랑스나 미국보다 더 나아 체코 원전 본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정부의 올해 수주 목표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손 실장은 "오는 3월 결정되는 체코 원전 수주 건을 빼면 사실상 정부의 목표는 약 330억달러"라며 "최근 한국이 매년 해외에서 300억달러대를 수주한 걸 고려하면 사실상 예년 수주액을 목표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수주 500억달러 목표…"예년 수준" vs "희망 고문"[2025해외건설] 원본보기 아이콘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한국 해외건설 수주액은 최근 5년간 매년 300억달러를 넘겼다. 연도별로 2020년 351억달러, 2021년 306억달러, 2022년 310억달러, 지난 2023년 333억달러, 지난해 371억달러를 기록했다.


서 교수는 "정부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목표치를 낮췄다"라고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400억달러였다. 올해는 사실상 목표액이 330억달러인 만큼 지난해보다 더 낮게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손 실장은 "한국의 정치 혼란이 있지만 충분히 예년 수준의 수주 목표치를 잡을 만하다"며 "수도 이전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건설사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건설 외교를 나서야 해 대통령의 유무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업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이보다 작은 프로젝트는 건설사의 시공 능력 등 경쟁력이 수주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 리스크와 트럼피즘…어려운 목표"

이와 달리 중동의 발주 감소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올해 해외 수주 500억달러 달성은 과도한 목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중동인데, 올해 이 지역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고려하면 체코 원전 사업을 따내더라도 500억달러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수주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원유 시추 등 공정에 대한 신규 발주가 중단될 예정"이라며 "사우디 정부가 일일 원유 생산량을 1200만배럴로 제한하는 최대지속생산량(MSC) 지침에 따른 결과로, 사우디는 당분간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공사를 완료하고, 시작 안 한 프로젝트는 일단 연기할 것"이라고 고 설명했다.


해외수주 500억달러 목표…"예년 수준" vs "희망 고문"[2025해외건설] 원본보기 아이콘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1조9억달러)에서 중동의 누적 수주액 비중은 50%(5009억달러)다. 또 국가별로 사우디의 비중이 17.7%(1774억달러)로 가장 컸다. 연도별 해외 수주액 중 사우디아라비아 사업 비중은 지난해 32%(119억달러)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주액 감소 전망으로 보다 보수적으로 수주 목표를 잡아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트럼프가 곧 임기를 시작하는데, 원유 생산을 늘려 유가가 떨어지면 중동 발주처의 예산 문제로 발주량을 예년보다 줄일 것"이라며 "올해 수주를 예상한 인프라 사업 등도 일정이 내년으로 밀릴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트럼피즘)로 인해 미국 지역 수주도 줄어들 수도 있다"며 "다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발주량을 예단하긴 어렵고, 변수가 많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사업 수주액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0억달러를 밑돌았다가 최근 들어 증가했다. 2022년 수주액은 35억달러, 지난 2023년 100억달러, 지난해 37억달러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선 여파로 분석된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