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을 통해 미리 녹화해 발표한 2분48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은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셔츠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선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다소 격앙된 표현과 달리 얼굴에 미소를 띤 윤 대통령은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긴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난해 12월14일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32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체포 소식에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2시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개최하고 후속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선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우리는 자진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했다.
정 실장은 윤갑근 변호사와 함께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수사팀과 만나 윤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주장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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