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규제 확정‥자율주행 시험도 금지

사실상 중국차 미국 진출 규제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산 자율주행 코드 삭제해야
트럼프 취임후 뒤집힐 수도

미 정부가 자율주행 차량이 급부상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가 종료된 직후 중국·러시아 기술을 사용한 커넥티드 자동차 규제를 확정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시험 운행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번 조치로 중국 자동차와 트럭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에서 주요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제거해야 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14일(현지시간)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통신 기능에 중국이나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사용하는 커넥티드 자동차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제 최종안을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금지 조치는 2027년식 모델부터, 하드웨어 금지 조치는 2030년식 차량부터 적용된다. 상무부는 중국 자동차 회사가 미국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는 것도 금지했다. 캘리포니아주 자율 주행 시험 허가를 받은 중국 아폴로 오토노모스 드라이빙(Apollo Autonomous Driving), 위리드(WeRid), 포니AI(Pony AI)에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차량이 싱가포르 모터쇼에서 전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차량이 싱가포르 모터쇼에서 전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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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사실상 신차 중 이런 기능을 일부라도 탑재하지 않은 차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중국 차가 200만대 이상 미국에서 운행된 이후에 규제하는 것은 늦다"며 이번 조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백악관도 "커넥티드 카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운전자, 승객 및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도록 설계됐지만, 외국의 적대 세력이 개입할 수 있어 도로를 달리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또 미국이 중국의 사이버 간첩 및 침입 작전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무부는 자율주행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ADS)에 대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된다고 확실하게 규정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라이다(LiDAR) 같은 센서 등 하드웨어 규제는 포함하지 않았다. 카메라 등 센서 부품, 위성항법시스템(GNSS), 라디오 관련 부품도 하드웨어에 포함했다.


상무부는 하드웨어 규제 배제는 공급망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자율주행 업체인 웨이모가 라이다 센서에 기반한 자율주행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연관 지어볼 수 있다. GM, 도요타,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도 지난 9월 초안 발표 직후 하드웨어 규제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연기가 필요하다고 상무부에 요청한 바 있다. CES 주최 측인 소비자 기술협회(CTA)도 시행 2년 연기를 주장했었다.

상무부는 다만 ADS 소프트웨어도 소스 코드 등을 일부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산을 사용할 경우 규제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공급된 소프트웨어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조치로 중국산 차량은 미국 상륙 자체가 어렵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차량도 규제 대상이지만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시장으로 확대 중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임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규제는 중량이 1만lb(약 4.5t)이하인 차량에 적용되지만, 향후 중량이 1만lb를 넘는 상업용 차량도 규제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 버스를 조립 중인 BYD는 당분간 조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변수는 남아 있다. 주요 외신은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가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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