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0만원에 육박한다. 한파와 폭설로 농작물 가격이 급등한 영향인데, 배추·무의 경우 평년가격보다 각각 44%, 74% 올랐다. 설 선물세트 가격도 오르면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30만2500원, 대형마트 40만951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지난해 전통시장·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과 비교해 각각 6.7%, 7.2%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각각 28만1500원, 38만580원이었다.
올해 비용 상승은 과일류와 채소류가 견인했다. 차례상 필수품목인 사과, 배 가격은 모두 평년보다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 카미스(KAMIS)에 따르면 14일 기준 사과(10개·후지·상품)의 소매가격은 2만6786으로 평년가격인 2만6247원보다 2.05% 높다. 배(10개·신고·상품) 가격은 이날 기준 4만2505원으로 평년가격 3만2766원보다 29.7% 올랐다.
채소류도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배추(1포기·상품)의 소매가격은 4916원으로, 평년가격 3410원보다 44.2% 높다. 무(1개·상품)는 소매가격이 3205원이다. 평년가격 1843원보다 73.9% 높다. 나물류 중에선 시금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시금치(100g·상품)의 소매가격은 1024원으로 평년가격 698원보다 48% 상승했다.
설 차례상 비용이 크게 오른 건 한파 때문이다. 과일·채소류의 가격 상승에는 작황 부진 영향이 큰데, 최근 폭설과 한파로 농산물 생육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설이 지난해 설(2월10일)보다 10일 이상 빠른 데다, 작황 부진 속 성수품 수요가 몰리며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설 선물세트의 가격도 오르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동원 프리미엄 60호의 가격(할인가 기준)은 3만4930원이었지만, 올해는 4만8370원으로 38.5% 올랐다. 무진장 사과, 안성배 세트(사과 8입·배 4입)의 가격은 7만9900원에서 8만9900원으로 1만원 올랐다. 농협안심한우 명품갈비세트는 23만8000원에서 올해 24만5000원으로 2.9% 올랐다.
가격 대신 용량을 줄인 제품도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초사리곱창돌김 1호는 홈플러스 할인가 기준 3만9830원으로 지난해와 가격이 같았다. 하지만 올해는 초사리곱창돌김전장20g 3봉, 초사리곱창돌김(캔)25g 2개, 초사리곱창돌김도시락5g 8개 구성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사리곱창돌김전장20g 1봉이 줄었다.
선물세트의 구성품 개수를 줄이거나, 용량을 줄이는 식의 '슈링크 플레이션(줄이다+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적은 꾸준한데, 지난 추석에도 백화점·대형마트의 선물 세트를 조사한 결과 7종이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4년 설과 추석을 비교해 상품 구성이 동일한 제품 283종 중 가격이 상승한 제품은 총 32종에 달한다.
소비자 물가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 속 정부는 성수품을 풀어 수급 안정에 나섰다.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6만 5000t을 공급한다. 또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등 수입과일 10종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 대체 과일 수입을 확대한다.
또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대형 및 중소형 마트, 전통시장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마트에서는 설 성수품 등 28개 품목에 대해 최대 40%, 축산물의 경우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오는 29일까지 지속한다.
특히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할인 폭이 큰데, 정부는 모바일상품권(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200억원 규모로 할인된 가격에 발행한다. 또 23일부터는 전국 160개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구매액의 30%를 현장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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