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시즌이다. 투자자들은 4분기 실적을 보고 각 기업의 2025년 실적 개선 폭과 실적 가시성을 가늠할 것이다. 4분기 실적은 12월 들어서면서 양상이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계엄선포와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불안으로 12월 소비심리가 11월 100.7에서 12월 88.4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주요 화장품 오프라인 업체들의 재고관리가 엄격해졌고, 보유 재고를 줄이면서 향후 소비 부진 가능성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몇몇 브랜드 업체들의 12월 매출이 꽤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해외 수출은 여전히 좋은 상황이다. 4분기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으며, 이는 2024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K-뷰티 글로벌 모멘텀의 둔화를 불식시키는 숫자인데, 일본과 미국에 이어 유럽과 중동 등지로 수출 지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증대 효과, 즉 매출과 마진 개선 효과는 더 커졌다.
결국 이번 4분기 화장품 업체들 실적은 내수와 수출 지표의 확연한 엇갈림과 연동할 가능성이 크다.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실적 차별화가 예상된다. 첫째 내수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실적은 보수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업체가 어떻게 내수 부진을 타개하면서 실적을 버텼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둘째 밸류체인별로 보면 브랜드 업체들이 가장 타격이 컸을 것이다. 특히 브랜드 로열티가 낮은 중저가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일수록 애초 기대보다 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자재나 ODM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수주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연된 물량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12월 수주 저하를 별 탈 없이 지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소비심리 저하와 내수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1분기에는 부자재·ODM 업체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 셋째 ODM·부자재 업체들 내에서는 대형고객사 집중도가 높은 업체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형 고객사의 실적과 발주 변동에 전체 실적이 좌우된다는 것은 실적 가시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