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화재가 여전히 서부 해안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세바스찬 해리슨이 불길에 고립됐다가 겨우 구조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리슨은 지난 7일 밤 화재가 시작된 당시 LA 말리부에 있는 자택으로 곧장 달려갔다. 이 저택은 그가 2010년 240만달러(약 35억원)에 매입한 고가의 맨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리슨이 도착했을 때 이미 집 가장자리는 불씨가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해리슨은 우선 아버지인 리처드(89)씨를 구출했다. 당시 해당 지역엔 대피령이 떨어졌고,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한 수만명의 주민들은 이미 대피를 시작했으나 해리슨은 재산을 지키겠다며 명령을 무시했다고 한다.
해리슨은 호스를 잡고 물을 끌어와 지붕에 뿌리는가 하면, 야외 정원에 있던 가구들을 모두 치웠다. 그러나 불길은 갈수록 더 거세지기만 했고, 결국 해리슨은 집에서 탈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해리슨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모두가 알다시피 경찰이 와서 '대피하라'고 했다. 모두가 떠났지만 나 혼자 남은 상황이었다"라며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판단했을 땐 이미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화재로 인해 수많은 스타가 재산을 잃었지만, 해리슨만큼 불길 가까이 있었던 스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해리슨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설상가상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실패했다. 그는 "지옥, 지옥이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돌풍이 불더니, 주변에 주황색 불꽃 벽이 나타나더라"라며 "불꽃,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차를 포기하고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당시 불길에 고립된 자기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그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재와 불똥이 사방에 튀는 가운데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으며, 멀리서 타오르는 불길만 주황빛 불빛으로 겨우 식별되는 모습이다.
결국 해리슨은 보유한 자가용 중 유일하게 작동하는 차를 찾아 현장을 탈출할 수 있었으며, 이날 오후 9시께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소방 당국과 접촉해 구조됐다. 그가 타고 온 차량엔 이미 불이 붙어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편 해리슨은 미국 B급 영화계의 베테랑 배우인 리처드 해리슨의 아들로, 이탈리아 로마 출생의 미국인이다. 미국에선 B급, 혹은 소자본 독립 영화에 주로 출연한 배우로 알려졌으며, 지역 무선통신사업체 '셀룰러 어브로드'를 이끄는 기업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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