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의 취미가 달리기라는 걸 아는 주민은 꽤 있다. 그냥 달리는 수준이 아니다. 마라톤을 19번 완주했고, 최고기록은 3시간 20분대다. 지금도 매일 4시 30분에 눈을 떠 10㎞ 남짓 달린 후 출근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목동 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인구와 교통 수요 폭증에 대비해 교통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 구청장이 도시공학 전문가라는 건 덜 알려져 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학 석사,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지역 최대 현안인 목동 재건축을 풀어가는 데 솜씨를 발휘했다.
지난 3일 양천구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취임 후 지난 2년 반 동안 답보상태였던 굵직한 숙원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며 양천 100년 미래도시를 위한 큰 골격을 세웠다"며 "이제는 속도가 붙은 재건축·재개발에 발맞춰 미래도시에 대비한 교통망 등 공공 인프라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하고, 부족한 지하철 교통망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돼 전체 14개 단지 중 7개 단지의 정비계획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고, 목동 1, 2, 3단지 종상향 문제를 풀며 20년 해묵은 과제를 해결했다. 목동 1~14단지(2만2629가구) 중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2027년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2029년 착공이 가능하다. 6단지를 시작으로 줄줄이 재건축이 진행되면 2033년부터 목동에는 최고 49층 아파트 5만여 가구가 들어선다.
특히 이 구청장은 목동 1, 2, 3단지 종상향과 관련해 요즘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공공기여(기부채납) 문제를 ‘목동그린웨이(개방형 녹지)’ 조성으로 해결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이 구청장은 "목동그린웨이는 종상향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에 대한 기부채납을 건물이나 토지로 더 내놓는 대신, 아파트 단지 둘레에 거대한 녹지띠를 두르기로 한 것"이라며 "도시를 정원화하고, 안양천 연결 수변공간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제시해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와 주민이 모두 만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니신도시급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목동운동장·유수지 일대 통합개발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머지않아 착공 단계에 들어선다. 순조로운 사업 진행의 양면에는 턱없이 부족한 교통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양천구에는 43만2000명이 거주하고, 도심 출퇴근 인구가 많지만 구 전체에 정차하는 지하철역은 6곳에 불과하다. 인구 12만명이 사는 신월동에는 지하철역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래서 이 구청장은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支線) 종점인 까치산역에서 노선을 2.4㎞ 연장해 신월사거리~김포공항~김포방향으로 연장하는 사업을 김포시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정차량기지가 이전하면 공항소음으로 이중 피해를 보는 이 일대 생활환경 개선과 개발도 가능하다.
이 구청장은 "‘2호선 신정지선 김포연장 및 신정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에서 만들 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난달 관련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며 "상위 법정계획에 반영돼야 구상 단계의 사업을 실현할 수 있기에 지난 2년간 공을 들였다"고 했다.
목동선과 강북횡단선 등 경전철 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 탈락한 것을 아픔으로 기억했다. 이 구청장은 “철도교통 불모지인 신월동의 균형발전과 목동 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인구와 교통 수요 폭증에 대비해 교통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선 조정과 사업방식 변경, 시기 조정 등 사업 재구조화를 위해 서울시와 함께 노력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공항소음 피해지역의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 전국 규모의 Y교육박람회 확대 등 교육도시 특성 강화, 맞춤형 복지서비스 강화 등을 올해 힘을 쏟을 사업으로 꼽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