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교향곡 3번 ‘영웅’,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발레곡 ‘봄의 제전’과 함께 클래식 음악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바그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걸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연을 보기는 쉽지 않다. 3막으로 이뤄졌는데 각 막의 연주 시간이 거의 80분씩이다. 두 차례 휴식시간을 포함하면 전체 공연시간이 거의 다섯 시간에 육박하는 데다 노래도 어려워 배역에 어울리는 오페라 가수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올해 12월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사실상 국내 초연된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대작 오페라 제작을 위해 손을 잡았다.
서울시향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1년 앞둔 2012년 당시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처음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막 공연을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공연은 정식 공연이 아닌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었다.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에 올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곡을 연주했고, 가수들은 연기를 하지 않고 노래만 불렀다. 올해 말에는 서울시향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가 정식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한다. 지휘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맡는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다른 단체와의 합동 공연을 강조했고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은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서울시향이 오페라 전막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가는 사실도 드문 일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 ‘트리스탄’ 역을 맡을 테너 중 한 명인 스튜어트 스켈턴은 오랫동안 트리스탄 역을 소화했다. 세계 최고 오페라 단체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는 2016~2017 시즌 개막작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새롭게 제작해 공연했는데 당시 스켈턴이 ‘트리스탄’ 역을 맡았다. 스켈턴은 지난해 2월 서울시향이 바그너의 ‘발퀴레’를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했을 때 무대에 올라 훌륭한 기량을 보여줬다.
허명현 클래식음악 평론가는 "스켈턴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무대에도 오르는 등 트리스탄 역을 무척 많이 했던 가수여서 기대된다"며 "서울시향이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 아예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했다.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이들에 이어 3대 오케스트라로 흔히 언급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올해 11월 동시에 한국을 찾는다. RCO는 11월5일 예술의전당, 11월6일과 8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이어 베를린 필이 11월7~9일, 빈 필이 11월18~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연주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베를린 필 공연에서 김선욱 경기 필 예술감독이 협연한다.
이들 3대 오케스트라는 2023년 11월에도 동시에 내한했다.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명문 악단이 한국을 자주 찾는다. 빈 필과 RCO는 지난해에도 내한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연주 실력 면에서 이견이 없는 검증된 악단들이다. 다만 각 악단마다 고유의 색깔도 있고 특히 연주를 잘 하는 곡이 있다. 유명 악단이 내한해서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연주단체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점이 중요하다.그런 점에서 처음 방한하는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주목된다"고 했다.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 오케스트라는 5월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한다.
오는 11월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슬로베니안 필하모닉도 처음으로 내한하는 단체다.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은 그 기원이 17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깊은 악단이다. 임윤찬의 스승 손민수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류태형 평론가는 5월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와 같은 날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공연, 10월21~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공연을 주목할 공연으로 꼽았다.
KBS교향악단의 5월 정기연주회에서는 조지아 태생의 거장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가 협연한다. 그의 두 번째 내한이다. 레온스카야는 2018년 처음 내한했고 2020년 두 번째 내한이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 탓에 공연이 취소됐다.
류 평론가는 "곡 해석이 아주 뛰어나고 국내에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피아니스트"라며 "2018년 내한해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했는데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고 했다. 레온스카야는 2018년 첫 내한 독주회에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9번과 18번, ‘방랑자 환상곡’을 연주했다. 오는 5월 협연 무대에서는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29년 만에 내한한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협연하다. 류태형 평론가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마첼라루가 40대의 젊은 거장이어서 주목된다"고 했다.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LA 필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허명현 평론가는 7월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공연을 주목했다. "지휘를 맡은 조너선 노트가 지금 전성기다. 지난해 9월 베를린 필 무대에 데뷔했다. 연주할 곡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특히 노트가 잘 하는 작품이어서 기대해볼 만하다."
스위스 로망드 공연에서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양인모가 협연한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허 평론가는 국내 양대 단체인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비슷한 시기에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했다.
서울시향은 오는 16~1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올해 첫 번째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은 약 한 달 뒤인 2월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활’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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