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차 출석 요구 선택한 공수처의 셈법…사실상 '최후통첩'

29일 오전 10시 과천청사 공수처로
강제수사 앞서 절차적 흠결 차단 포석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 선임
수사 대응 가능성 커져…"추후 말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차 출석 요구를 선택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 절차상 흠집이 될 요소를 차단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 측에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 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주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 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주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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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26일 윤 대통령에게 오는 29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3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성탄절인 25일 윤 대통령이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지 하루 만이다. 공조본은 앞서 출석 요구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부속실에 특급 우편(익일 배송)과 전자 공문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두 번의 출석 요구에 별다른 회신조차 없이 불응했음에도 공수처가 곧장 체포영장 청구에 나서기보다 추가 소환을 통보한 데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돌입 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형사소송법상 명확한 횟수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별다른 이유 없이 피의자가 3차례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 등을 통한 강제적인 신병 확보 절차에 나선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혐의의 중대성과 비상계엄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점을 고려할 때 이른 체포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하고 소환에 2차례 응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체포 요건인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허영한 기자

정부 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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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절차적 흠결 요소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자진 출석 기회를 더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이 2차 출석일 당일까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그러면서 신속한 수사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이 2차 출석에 불응한 다음 날 곧바로 3차 출석을 요구하고, 그 일정도 사흘 뒤로 잡았다. 이는 윤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만큼 수사 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성탄절에 이어 재차 휴일인 일요일로 일정을 잡은 것도 수사 보안과 경호 부담을 줄이면서 이 조사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법률가이자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 전략에 공수처가 끌려다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이번 3차 출석 요구가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이 침묵을 깨고 27일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선임하고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기로 한 만큼 공수처 수사에도 향후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공보 담당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변론준비기일이 있어 공수처 출석 여부 등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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