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활황과 내년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우려로, 올해 들어 퇴직한 미국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수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1월 퇴직한 미국 상장기업 CEO가 327명이라고 25일 전했다. 기존의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9년 312명을 이미 초과한 것이다.
주요 대기업 CEO 중에서는 데이브 칼훈(보잉), 팻 겔싱어(인텔), 존 도나휴(나이키) 등이 주가 하락세 속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컨설팅업체 러셀 레이놀즈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퇴직한 CEO 가운데 8명은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조기 퇴진 CEO 수로는 2019년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일부 분야의 CEO들은 내년에 찾아올 파고를 두려워해 퇴직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자유무역에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는 CEO 입장에선 이런 골칫거리를 떠안느니 은퇴를 택한다는 것.
상장기업 CEO가 비상장기업 임원 자리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만큼 까다로운 규제를 받지 않고 지분을 이용한 보상도 더 너그럽게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칼라일이나 KKR을 비롯한 대형 사모펀드는 상장기업 CEO 출신 임원들을 고문으로 고용해 상당한 급여를 지급하기도 한다.
FT가 인용한 의결권 행사 자문사 기관주주서비스(ISS)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S&P 500 기업 CEO가 받은 보상의 중간값은 1560만달러(270억원)로 사상 최고였다. 지난해 대비 100만달러(15억원) 많은 액수다. 대부분 현금보다 회사 주식으로 보상을 받는 데다 올해 미국 증시가 활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EO뿐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퇴직하는 사례도 늘었다. 12월 데이터레일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상장 대기업 CFO 평균 재임 기간은 3년을 조금 넘는 정도로, 2022년 3.5년보다 짧아졌다. 미국 상장 대기업 중 2018~2023년 CFO를 3번 갈아치운 회사는 152개, 익스피디어·언더아머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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