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결정하면서도 이번 조치와 관련해 과거 영업정지로 이어지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이번 조치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4일 금융위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두 곳의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인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결정했다. 자산건전성 4등급(취약)으로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통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다만 6개월에 걸친 이행기간 중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라온저축은행과 안국저축은행은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각각 19.4%, 15.8%에 이르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4.8%, 16.3%로 업권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국제경제은행(BIS) 비율은 각각 13.2%, 10.9%로 규제비율 7%를 초과했다. 저축은행업권의 평균 연체율은 8.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2%였다.
특히 부동산 업종 대출 연체율은 안국저축은행이 28.6%, 라온저축은행이 21.96%에 달했다. 저축은행은 총대출의 절반 이하로만 부동산 관련 대출을 할 수 있는데 3분기 말 기준으로 안국저축은행은 2176억원 중 1047억원이, 라온저축은행은 839억원 중 443억원이 부동산 대출로 이뤄져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8년 1월 이후 6년만에 나온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인 만큼 금융위는 이날 이번 조치의 성격과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2011년 부산저축은행 등을 시작으로 전국의 주요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이어졌던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대주주 도덕적 해이, 대규모 부실대출, 부동산 경기 위축 등 악재가 동시에 터졌고, 결국 전국의 주요 저축은행은 추가 자본조달에 실패하면서 영업정지와 계약이전 방식의 구조조정 수순을 밟았다.
이에 금융위는 이번 경영개선권고가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일시적으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현재 저축은행업권의 손실흡수능력, 자산건전성 수준, 위기 대응능력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건전성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판단하면 이행 기간 중 의결을 거쳐 이번 조치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PF 연착륙이라는 틀 속에서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 두 곳에 그치지 않고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곳의 저축은행을, 9월 말 기준으로 1~2곳의 저축은행 등 올해 들어 최대 9곳의 저축은행의 경영실태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적기에 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시로 점검에 나서고 올해 내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대비를 해온 만큼 업권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내년에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아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은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안국저축은행은 5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고, 26일에는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온저축은행은 2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