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면서도 "가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과 금융기관 복원력, 대외지급 능력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걱정이 될 수 있다"며 "금융 및 경제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경제 시스템이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탄핵 정국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에 대해 "과거 경험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약적이었다"며 "순대외금융자산 규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경상수지 전망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건전성은 강건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종렬 부총재보, 장정수 금융안정국장과의 일문일답.
-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 자체의 변동성이 커졌다. 11월까지의 금융취약성지수(FVI), 금융불안정지수(FSI)를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위험하지 않다고 했는데, 12월 어떻게 예상하나.
▲(이종렬 부총재보)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금융기관의 유동성 우려도 커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과 금융기관의 복원력, 대외지급 능력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건전성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는 유지하고 있다. 과거 경험과 비교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약적이었다. 순대외금융자산 규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경상수지 전망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건전성은 강건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걱정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및 경제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금융 안정 상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 계엄 이후 상황이 이번 금안보고서에 반영됐나.
▲(장정수 금융안정국장) 이번 보고서는 최근 여건이 크게 변화한 걸 반영해 보고서 발간 직전 2주 전인 12월 10일까지의 데이터를 반영했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은 12월에 금융불안지수(FSI)로 반영될 것이다. FSI는 신용 스프레드, 주가 및 환율 변동성, 연체율, CDS 프리미엄 등을 반영한다. 12월 들어서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가는 변동성이 컸고 최근에는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크다. 이에 반해 신용스프레드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안정적이다. FSI는 월별로 산출하기 때문에 12월 중 어떻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장정수)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신용축적, 자산 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 3개 지표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기적 변동보다는 긴 추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당장의 큰 영향보다는 이후 신용변화, 자산 가격 변동, 금융기관의 복원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 환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최근 1450원을 돌파한 환율 레벨 자체가 고착화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중장기적으로 고환율이 고착화되면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종렬) 분석 시에는 1430원대 정도였다. 분석 시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는 금융기관의 대응 여력, 대응 조치 등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물환포지션 상향 한도 등 외환 수급 개선 방안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하다는 건 말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대외지급능력이나 순대외금융자산 등을 고려하면 금융기관 안정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그렇다.
▲(장정수) 금융기관에 대한 영향은 환율 수준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나 외화자금의 투자 여건, 국내 여건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환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있을 때, 즉 환율이 가파르게 변동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통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금융 기관의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외환 당국에서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
▲(양양현 국제기획부장)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은 쉽게 답변하기 어렵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신정부 이후의 방향이나 Fed의 금리 인하 속도 둔화,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맞물려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방향에 대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20일 외환 수급 개선 방향을 통해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등 유입을 억제했던 규제를 많이 완화시켰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FX Swap) 확대도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긴 시계에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정부와 한은이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여러 조치를 해오고 있다.
-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금융안정 걸림돌은 사라진 건가.
▲(장정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물가, 성장과 함께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한다. 지난 8월 물가와 성장 측면에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늘면서 동결한 바 있다. 당시 거시건전성 조치를 취함으로써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10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다. 금리 인하 측면에서 정책 결정의 가장 큰 고려 요소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가계부채 부문의 금융 불균형 누증 우려, 둘째는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다.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은 최근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조치가 작동한 영향이다.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기조에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내년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부터 언제든지 주택가격, 부동산가격,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당장의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변화를 고려해서 결정하겠다. 환율도 주요 고려 사항인데, 이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큰 영향을 주면서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도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라 할 수 있겠다.
- 환율 상승기에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장정수) 환율이 상승하면 위험가중자산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금융기관들의 총자본비율 하락 요인이 된다. 총자본비율이 하락하면 금융기관이 일정 수준의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게 되는 결정을 한다. 과거에도 보면 환율이 많이 상승해서 자본 비율 영향이 크면 금융기관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신용대출, 중소기업 대출이나 가계 신용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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