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코카콜라 등 글로벌 음료 업체들이 다급히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연방 정부의 식료품 지원 대상에 코카콜라, 펩시코 등 가공 음료를 제외하려하자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코카콜라가 트럼프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인물을 로비스트로 고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카콜라, 펩시코, 큐리그닥터페퍼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 음료 협회 측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기부금도 낼 계획이다.
미국 음료 기업들이 로비스트를 통해서라도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 지명자 등과 관계를 맺고자 애를 쓰는 것은 미국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SNAP)에서 일부 가공 음료가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NAP은 미 연방 정부가 저소득 가정에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 미국인들이 식료품 지원금으로 코카콜라, 펩시코, 닥터페퍼 등 설탕이 다량 함유된 탄산 음료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가 이러한 음료와 가공식품 일부를 SNAP 프로그램 지원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3회계연도 기준으로 월 평균 4210만명, 즉 미국인의 12.6%가 SNAP 프로그램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식료품을 구매한다. 소비자들은 지원금으로 식료품을 사는데 월 평균 211.93달러(약 30만8000원)를 소비하며, 연방 정부는 이를 위해 1128억달러를 지출한다.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는 설탕이 다량 함유된 탄산 음료가 '독극물'과 같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WSJ 기고문을 통해 "미국 납세자들이 저소득 미국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쓰레기(junk)'에 수백억달러를 지출하게끔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정부 지원금으로 구매하게끔 돕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미 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탄산음료와 가공식품을 정부 지원 목록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을 추진했었다. 예컨대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조쉬 브레친 하원의원은 지난해 탄산 음료와 가공식품을 SNAP 프로그램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이들은 정부가 비만과 당뇨병을 키우는 식음료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레친 의원은 내년 1월에도 다시 한번 이를 발의해 트럼프 당선인과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의 도움을 받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에서 SNAP 프로그램으로 음료를 소비하는 규모가 적지 않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는 실제 관련 정책이 시행될 경우 실적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음료 업체들은 탄산 음료에 칼로리 등 성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무설탕 음료도 함께 판매하는 전략으로 소비자가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정부와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함께 기내식으로 받은 햄버거를 들고 있는 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맨 오른쪽)(사진출처=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SNS)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예전부터 다이어트 콜라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해 이러한 움직임이 다소 아이러니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1기 행정부 재임 당시 대통령 집무실 전용 책상에 '콜라 요청용' 버튼을 설치했고,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올해 유세 기간에도 캠프 직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다이어트 콜라와 패스트푸드를 곳곳에 배치, 제공했다.
지난달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럼프 당선인의 식습관을 놓고 "그가 먹는 음식은 정말, 정말 나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먹는 음식은 항상 좋지 못하지만, 비행기에 실리는 음식은 독극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눴다며 "화이트는 트럼프와 장거리 비행을 했을 때 트럼프가 생수를 마시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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