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발언 않겠다' 서약 요청했으나 거부"…이승환 구미 공연 취소 전말

‘정치적 발언 않겠다’ 서약 거부…대관 취소
김장호 구미시장 "관객 안전 위해 불가피"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가 경북 구미시의 대관 취소로 무산된 가운데, 이승환이 구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수 이승환. [사진 = 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 [사진 = 이승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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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구미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 헤븐(HEAVEN)’ 공연 대관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입장문을 통해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대관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김 시장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에 따라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대관 취소가 가능하다”며 “공연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지난 10일 이승환 측에 '정치적 선동을 자제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 김 시장은 "하지만 이승환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구미시는 이승환이 지난 14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중 탄핵 관련 발언을 했던 점을 언급하며 “구미 공연에서도 유사한 정치적 언급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연 당일 보수단체와 관객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보수단체들은 “이승환이 대중적 인기를 이용해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며 대관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승환이 탄핵 콘서트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던 점을 문제 삼으며 “구미에서 다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법무법인 해마루의 구미 콘서트 관련 공지. [사진 = 이승환 페이스북]

지난 22일 법무법인 해마루의 구미 콘서트 관련 공지. [사진 = 이승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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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이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겠다”며 공연 강행 의지를 밝혔으나, 구미시의 대관 취소 결정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회관은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승환은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다.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았다"며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공연일 직전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됐다"며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역설했다.


이승환은 보수단체의 항의 집회와 대관 취소에 대해 “관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온몸이 부서져라 노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공연은 취소되고 말았다.


이번 사태는 정치적 발언과 예술적 표현의 경계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공연 전 이승환은 “구미 공연은 데뷔 35년 만에 처음”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예매 티켓은 전석 매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공연 관객들을 위해 법적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집회나 시위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법적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었다.


이승환은 지난 22일 법무법인 해마루의 공지를 통해 “이승환씨는 팬분들을 위한 법적 보호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미 공연 참석과 관람 과정에서 집회·시위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알려달라. 법무법인 해마루가 공연 참석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절차를 담당하겠다. 일체의 법률 비용은 이승환 씨께서 부담할 예정”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승환은 이번 구미 공연을 포함한 전국 투어를 진행 중이며, 김해, 천안, 진주 등에서 예정된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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