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된 가운데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 30분경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우상화 반대 및 대구시장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 행적 등을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시민 의사를 무시하는 동상은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불법 (동상 설치) 행위를 하고 있다"며 "독재자 박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있는 홍 시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앞서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역시 이날 오전 11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불법 설치 강력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당은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대구시는 결과가 나기 전인 지난 21일 동상을 설치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권 없는 독재국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타락시킨 박정희의 동상은 시민에 의해 반드시 끌어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헌법과 법률은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만 적용하고, 자신은 헌법과 법률을 초월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윤석열과 홍준표 시장의 공통점"이라며 "특히 홍 시장은 독재자를 옹호하면서 자신의 '대권 놀음'에 역사적 논란이 끝나지 않은 박정희를 불러내 오히려 박정희를 욕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보수 성향 인사들이 한때 고성으로 집회와 기자회견을 비판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인해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지난 3월부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 6억원을 들여 높이 3m의 박정희 동상을 제작했다. 동상의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의 글귀가 새겨졌다. 23일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민간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대구경찰청은 400여명의 인력을 제막식 장소 일대에 배치하고 질서유지선(차단벽)을 설치했다.
홍 시장은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운동 정신, 자유당 독재 정권에 항거한 2·28 자유 정신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자랑스러운 대구의 3대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애민과 혁신적인 리더십이 빚어낸 산업화 정신을 마땅히 기념하고 계승해야 선진 대국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