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원이면 '폐업할 결심'…"지속 가능한 소상공인 지원책"[일문일답]

정부와 20개 은행이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낮추기 위해 분할상환·이자감면 등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대출금을 최장 30년까지, 하루 1만원꼴로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경쟁력 높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론 추가 사업자금 지원뿐 아니라 상권분석 및 금융·경영지원 컨설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23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20개 사원은행 은행장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고 ▲연체 전 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상생 보증·대출 ▲은행권 컨설팅 프로그램 도입 등과 같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고물가를 동반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이어지며 소상공인 지원기금의 확대가 시급한 가운데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 텅빈 상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고물가를 동반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이어지며 소상공인 지원기금의 확대가 시급한 가운데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 텅빈 상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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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관련 질문과 답변이다.

새출발기금과의 차이점은?
새출발기금이 2022년 출범한 뒤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올해 6월께 나왔다. 이는 새출발기금 지원요건이 엄격하거나, 연체하지 않는 차주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 7월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요건을 완화하자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는 연체차주가 많아졌다. 남은 것은 연체하지 않은 차주다. 아직은 정상채무로 분류되나, 연체우려가 있는 소상공인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도 빠짐없이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폐업자 지원도 마찬가지다. 새출발기금은 기본적으로 연체가 발생한 폐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은행권이 마련한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폐업자도 금리감면과 최대 30년의 분할상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초 시행한 민생금융지원방안과 비교했을 때 이번 방안의 특징은?
이번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방안이다. 연초에는 즉각적인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가 주 목적이어서 이자 캐시백(환급)을 중심으로 시행했다. 소상공인 차주의 경영상황 개선에 기여했음에도 불구, 일회성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분할상환·이자감면 등 채무조정, 재기지원을 위한 자금지원, 폐업자 금융부담 완화, 맞춤형 컨설팅 등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의 기대효과는?
전 은행권이 연간 6000억~7000억원, 3년간 약 2조1000억원 규모로 이자부담을 경감하거나 출연하면서 매년 소상공인 25만명(대출액 기준 14조원)이 금융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맞춤형 채무조정과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한 차주 수를 각각 20%와 30%로 추정한 값이다. 실제 지원액은 추산보다 많을 수 있다. 신청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내년 3월께 출시시점에 맞춰 이번 금융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은행 비용부담으로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고객이 연체에 빠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은행의 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소상공인과 은행은 무론 우리 경제 전반에서 부채 리스크를 줄이는 정책이다. 채무조정에 따라 건전성 악화가 일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신분류 등에 대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면서 규제 완화 조치를 추진할 예쩡이다.
상생금융이 정례화돼 은행에 부담이 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한 생각은?
이번 지원방안은 계속되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돕고자 은행권이 뜻을 맞춰 마련했다. 정례화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연체 전 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폐업 후 금융부담도 완화

은행권은 연체 전인 소상공인 차주라도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장기분할상환, 금리감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시행해 온 '개인사업자대출119' 프로그램을 강화해 '119플러스(PLUS)'(가칭)를 운영한다. 기존 사업자대출을 최대 10년의 장기 분할상환상품으로 대환하고, 대환·만기연장 과정에서 재산출 금리를 기존 금리 이하로 제한하는 금리 감면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폐업을 계획하는 연체 전 소상공인이라면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도 고려해봄 직하다. 통상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자 영업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폐업은 일시상환 사유로 여겨진다. 이에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큰 부담 없이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대출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현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약 6%)의 절반 수준인 3% 수준으로 최장 30년까지 지원한다.

기존 '개인사업자대출119'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기존 프로그램은 개인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신규 프로그램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까지 포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체우려 차주의 요건을 계량화·세분화해 요건에 금감원 신용등급체계(10등급) 상 6등급 이하 개인사업자·법인기업에 부합할 경우 심사를 간소화한다. 지원 내용도 기존 프로그램보다 확대됐다. 만기연장뿐 아니라 장기분할상환대환(최대 10년), 금리부담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기존금리까지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것은 실질적 금리인하 효과가 없는 것 아닌지?
통상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차주는 신용등급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 재산출 금리는 기존 금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산출된다. 하지만 맞춤형 채무조정을 통해 기존 금리를 상한선으로 제공하므로 실질적 금리감면 효과가 있다. 예컨대 현재 대출금리가 5.5%라면 재산출금리가 8%에 달하더라도 기존 5.5% 금리로 10년 장기분할상환을 지원한다.
폐업자 대상 프로그램으로 금융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나?
1억원 정도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30년간 분할상환하면 하루 1만원꼴로 갚는 셈이다. 폐업한 뒤 매일 1만원씩 저금하면 차근차근 갚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부담으로 취업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큰 의미 있다. 전체로 보면 은행권에 대출이 있는 소상공인 중 폐업자의 30%가 신청한다면 연간 10만명(대출액 기준 7조원) 대상 지원이 가능하다. 차주의 이자부담 경감 효과는 연 3150억원으로 추정된다.
폐업자 대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다른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나?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더라도 은행 채무 때문에 어려운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신규 사업자대출 희망하는 경우 상환·대환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이용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에 추가 자금과 컨설팅까지

더욱 성장하고 싶은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은행권은 소상공인이 추가 사업자금을 받을 수 있는 상생 보증·대출은 물론 은행들이 제공하는 컨설팅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햇살론119'는 은행권 119PLUS 프로그램을 6개월 이상 이행 중인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리는 연 6~7% 수준, 최대 5년 분할상환, 복합상담을 받을 경우 최대한도는 2000만원이다. '소상공인 성장 업(up)'은 경쟁력 강화 계획을 입증한 소상공인에게 설비·운전자금 보증부 대출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으로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최대 10년 분할상환(최대 3건 거치 포함)으로 신용대출 대비 싼 금리(보증료율 0.8%)를 적용하며 한도는 개인사업자 5000만원, 법인 소상공인 1억원이다.

주거래은행이 상권분석이나 금융·경영지원 등 컨설팅에도 나선다. 창업·채무조정자 등을 우선 지원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은행별로 우선 컨설팅을 시행한 후 은행연합회 주관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1분기 중 구체적인 컨설팅 방안도 마련한다.

햇살론119에서 최대 2000만원을 지원받기 위한 복합상담은 무엇인가?
은행 및 금융기관에서 이수 가능한 소상공인 관련 컨설팅 프로그램을 말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금융교육, 자영업 컨설팅, 신용부채 컨설팅 프로그램뿐 아니라 은행 자체 컨설팅 프로그램과 신용보증기금·기업보증기금 유관기관 프로그램도 인정된다.
여러 은행에서 중복으로 햇살론119를 통한 대출이 가능한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해당 상품은 차주별 대출한도가 2000만원으로 제한되므로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총 한도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것은 불가하다.
소상공인 성장 up 대출을 받기 위한 경쟁력 강화는 어떻게 입증하는가?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제공하는 체크리스트에 따라 대출 신청자의 경쟁력 강화계획 입증 여부를 판단한다. 상품 출시 전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의를 통해 체크리스트를 마련, 공지할 예정이다.
주거래은행이 없어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지?
소상공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부분 은행은 기존 거래관계가 없던 고객에게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이 없더라도 컨설팅을 희망하는 은행에 문의해 확인하면 된다.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컨설팅을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지?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컨설팅을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는 공공기관 및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은행의 자체적인 컨설팅 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컨설팅은 고객과의 신뢰관계 강화를 통해 장기적인 우수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의 경쟁력을 제고해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어서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컨설팅을 확대할 수 있는지?
은행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컨설팅 수요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도록 기존 점포 내 전담 창구 형식, 공동 컨설팅센터, 폐업 점포 전환 등 다양한 컨설팅센터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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