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대 증원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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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독단 의대 증원, 원점에서 논의하라!" 의사 전 직역이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모여 '의료 농단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계 전 직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 되고서야 한자리에 모였다.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 들어간 뒤부터 의료계에선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그간의 의정 갈등이 의료계와 윤 대통령 개인 간 대립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의료계의 이런 감정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포고령에 전공의와 의료계는 물론 국민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는 발언에서도 묻어 나온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럴수록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함에도 의료계는 '감정싸움'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정부의 대응도 문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대 정원은)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한 치의 조정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보신용, 면피용 발언이다. 의대 정원을 재조정할 수 없다면 근거는 의사 수급 필요성이어야지 소송 회피용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공언했던 의대 교육 환경 개선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3년 내 1000명을 늘리겠다던 지방의대 교수 충원은 시작도 안 되고 있다. 아주대는 증원 의대생이 수업을 들을 강의실과 교육연구동 건립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개혁은 그대로 추진한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는 말을 되풀이한다.


의료사태 해결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야당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은 야당이 2020년 의정 갈등 당시 의료계가 가장 크게 반대한 공공 의대 설립(시민단체 추천 전형)을 끼워 넣으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실제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민 74%는 공공의대가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는 여론조사 자료를 배포했다. 민주당이 의료사태 와중에 공공 의대 필요성을 주장한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앞으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권과 의료계의 대화에서 정치적이라고 오해받을 이야기가 끼어든다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야당 단독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수당 지원을 위한 예산을 대폭 깎은 채 통과시킨 '의료개혁 예산안'을 봐도 진정성을 느끼기는 힘들다.


의료계, 정부, 야당 모두 의대 증원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의사가 정말 부족한지, 증원하면 충실한 교육은 가능한지, 전공의 수련환경은 어떻게 개선할지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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